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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스트다.
  • 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대위원
  • 승인 2018.08.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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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스트>다.  이 한 줄을 내뱉고 같이 분노를 하고 공감하는 글과 행동을 하기에 망설였던 것은 '페꼴'로 낙인찍히거나 '너도 워마드 같은 <년>이냐' 하는 말을 듣는 것 때문은 전혀 아니다.
맞는 말을 할 때 듣는 비난은 응원처럼 들리는 성격이니.

단지, 나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환경 속에서 자랐기에 그들의 절망을 공감하고 그들의 공포를 이해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섣불러'서 그들에게 다른 형태의 상처를 줄까 봐, 하는 것이다.

유독 '여성상위주의'라고 할 정도로 아버지는 페미니스트에 가깝다. 어머니는 겉으로는 아름다우시지만 대장군에 가까운 성격이시고. 요리는 아버지가, 세상 큰일은 딸이. 막내아들은 그저 귀여우면 그만이고, 자식은 자기가 즐거운 삶을 사는 게 최고인 분들 사이에 태어나고 자랐다. 가족끼리 어울려 노는 것이 여느 다른 친구들보다 재밌는 그런 환경이었다.

덕분에 나 역시 '장군감'의 성정으로 '그 마초들만 우글거리는 힙합동아리'에서 '내가 너희들보다 공부를 못했니, 키가 작냐, 노래를 못하냐, 랩을 못하냐, 음악을 덜 들었냐, 왜 여자는 피처링만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냐!!' 하면서 곱디고운 성정의 동기 남학우들 덕분에 '오빠'라는 명칭은 생략하고, 내가 술을 잘 마시지 않기에 술을 강요당한 적도 없으며 태생적인 큰 키와 카리스마(..) 힘 센 것 덕분에 성폭행 성추행은커녕 집안에 잠입하려던 이상한 사람을 잡아서 경찰에 넘긴 바가 있었다.

무척 예외적인 경험들 덕분에, 10대, 20대 여성들에게 놓인 일반적인 상황들- 목숨이 '일상적으로 위협당하고' 폭행에 무방비적으로 노출당하며' 만져지는 손에 어색한 웃음을 강요당하는' 상황들.

스스럼없이 외적 평가에 시달리고 조롱당하고' 어디서나 촬영당하고 거래의 대상이 되는 성 상품' 여성의 삶은 간데없고, 출산 기계처럼 수치화되는' 만연한 피해조차도 죽기 전에는 수사 받지 못하고' 그 조차도 조롱당하는 일상의 경험들.  그것은 간접경험이 되거나 그저 '보고 들어' 아는 수준이지만, 나에게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하고도 충분한 분노가 되고 있다.

주변에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이 많지만, 복이 많은 것인지 더더욱 행운적으로 신사분들께 둘러싸였다.
가끔 '턱도 없이'(60이 되어가는 나이에 큰 아들만 둘 있는 분이)
"내가 10년만 젊었으면 널 데리고 살았지,"  애인 어쩌고저쩌고 "넌 정치판에서 얼마나 좋은 액세서리냐?" 팔짱을 억지로 끼려고 하거나, 등등의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했지만, 그런 사람은 또 '권력'도 아닌 분이라 권력형 성범죄인 미투 대상도 못된다고 하여, 그저 웃고 멀리하고 얼른 치움으로써 끝난 경험이 있다.

그런 나에게 '워마드 사태' 는 굉장히 복잡하고 일그러진 감정을 가져다준다. 일베와 같지만 또 다른 감정. 절대로 허용되면 안 될 혐오의 표출들 덕분에 나 역시 긍정하지 않지만, 그들의 분노 밑에 있는 차가운 현실들을 보면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이해가 간다고 울리고 있다.
일베는 사회적 약자들을 조롱하고 혐오함으로써 그 악명을 만들어 갔고, 또 통념과 도의상 절대 동감할 수 없는 세월호 사건의 피해자 등을 조롱한다든지, 여성 대상 악질 범죄들을 일반적으로 만연시킴으로써 그 죄악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메갈리아, 워마드가 미러링이라며 그 혐오를 되돌려주는 방식은 험악하지만, 그 이전의 항의 방법으로는 도대체가 먹히지 않던 사회를 돌이키면 '오죽했으면' 하는 것은 있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이들이 주장하는 페미니즘 운동 내에 또 다른 사회적 약자(장애인,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혐오하는 것은 절대로 용인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들이 맞닥뜨린 차가운 현실을 보자.

늘상 하던 '밤늦게 조심히 가(와)'하는 안부 뒤에는 조심히 가지 않으면, 또는 조심히 갔는데 재수가 없으면 여성은 죽임을 당해서 시체로 어디 버려지는 현실.
그 공포심을 알까?
여성을 강간하고, 여성을 살해하고, 때로는 사체를 분리 하고, 여성을 연쇄살인을 하고, 여성을 강간살해하고, 여성을 폭행을 넘어 상해하고, 여성을 강도하고.

우리나라 강력범죄의 피해자는 90%가 여성이다.
여성인권 운운하며 이슬람 욕을 하지만, 이슬람 국가조차 강력범죄 피해자 90%가 여성은 아니다.
보통 총 들고 싸워서 사망사건이 많은 미국은 남성이 사망자의 6ㅡ70%를 차지한다.
여성은 데이트를 해도 맞는 것 피할 걱정을 해야 하고 여성은 결혼해서 가정폭력 피할 걱정을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여성은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 둘 걱정을 해야 하고, 여성은 아이를 가지면 직업을 없애야 할 걱정을 해야 한다.

여성은 결혼을 안 하면 비난받아야 하고 여성은 아이를 낳지 않으면 사회의 적이 된다.
여성은 딸을 낳으면 위와 같은 걱정을 딸의 인생 내도록 걱정해야 한다.
여성은 실수하면 ㅇㅇ녀로 낙인찍히고, 국정 농단을 같이 해도, 이명박 전두환 박정희 등은 나쁜 놈이지만, 여성 정치인은 박근혜 최순실 덕분에 치마 두른 정치인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막말에 익숙해져야 한다.
과연 이것이 당연해져야 하는 것일까?

혜화역 시위로부터 불거진 현상에서 몰카 범죄의 비균등한 수사에 폭발하는 것은 그 범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쉽게 수사하고 잡아갈 수 있는 범죄였다면, 성관계를 또는 강간 과정을 도촬 당하고 그것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얼굴과 실명이 걸려진 채로 그 영상의 피해자가 되는데.

수사를 하지 않고 설령 그 피해자가 죽어도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야 하는가.
그 쉬운 수사를 하지 않고 방치하고 외면했다는 것.
그것이 개인에게 공포였다가 이제 집단으로 분노가 되는 것이다.

나조차도 이 또한 글 한 조각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일상적 공포를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만 분노를 표출하는 데 일정 부분 사죄의 마음이 담겨 있다.

혜화역 시위가 광화문으로 와서 8월 4일에 4차 시위까지 했다고 한다.
9월 첫째 주 토요일에 5차가 있다고 한다.
여태껏 분노만 하면서 그런 시위가 진행되는지조차 몰랐던 것에 반성을 한다.
행복한 점은, 이것을 상기시켜줘서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남성분이 해줬다.
이것은 모두가 나가서 함께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인들 한 명도 없다는 점에 또다시 실망을 하고, 9월에는 어디쯤에 앉아서 공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보는 많은 분들이, 나는 남자라서, 나는 아줌마라서, 나는 그런 거 안 당해봐서, 하고 외면치 마시고 그날 광화문에서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조성은 전 국민의당 비대위원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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