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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논 가을걷이의 단상
  • 박혜범 섬진강포럼 대표
  • 승인 2018.10.0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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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좋은 가을볕에 창문 밖 강변 다랑논의 가을걷이가 시작되었다.
어려서 보았던 가을걷이의 일들을 생각하면, 품앗이를 하는 마을 사람들이 하하 호호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벼를 베고, 아이를 업은 젊은 며느리가 한나절이 지난 논두렁을 따라 점심을 이고 오는 정겨운 풍경이고.......

더듬어간 옛 생각 속에서는 빈 지게를 지고 와서, 콜록콜록 가래 끓는 기침소리를 가을바람에 날리며, 벼를 베는 일손들에게 새참 막걸리를 권하면서, 일을 재촉하는 흰머리 영감님의 모습도 한 폭의 그림인데........

지금은 벼를 베며 탈곡하여 일거에 가을걷이를 끝내버리는 거대한 콤바인 기계 소리만 요란할 뿐, 들을 가로 질러오는 사람이 사람을 부르는 사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창가에 앉아 강변 다랑논에서 가을걷이를 하고 있는 콤바인을 바라보며, 잠시 옛 생각을 하는 사이에, 손이 빨라 낫질을 잘하는 장정 네댓이 한나절을 해야 할 벼 베기 작업을, 순식간에 끝내고 떠나버린 아무도 없는 빈 논에는, 어릴 때 보았던 그 많은 참새 떼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허수아비도 보이지 않고, 참새도 날아오지 않고, 새떼들을 쫓는 아이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벼 베기를 끝낸 창문 밖 강변 다랑논의 풍경이, 아끼는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이 허전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박혜범 섬진강포럼 대표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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