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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선동렬인가?선동렬 감독은 자신이 떳떳하다면 일생일대의 치욕을 당한 것이다. 더 이상 국가대표 감독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 심춘보 대표/발행인
  • 승인 2018.10.1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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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렬 국가대표 야구 감독이 결국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장에 증인으로 섰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1200만 야구인들의 빗발치는 요청으로 선동렬 감독을 국감장에 세웠다고 했다.  병역특혜를 주기 위해 LG 오지환 선수를 류중일 감독이나 유지현 코치의 부탁을 받고 선발하지 않았는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손혜원이나 김수민의 주장처럼 객관적 전력이 형편없는데도 막걸리라도 한 잔 얻어 마신 청탁에 의해 특정 선수를 선발했다면 선동렬 감독은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실관계에 접근하지 못하고 엉뚱한 질문에 의원들 특기인 호통만 쳤다. 청탁에 의해 기록을 조작했다거나 다른 방법으로 오지환 선수를 선발한 것이 명백하다면 사법당국에 고발조치하면 될 일이다. “시대적 흐름과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은 죄송하다. 경기를 이기는 것만 생각한 것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라고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호통을 당한 선동렬 감독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일 수도 있다. 손혜원 의원의 말 같지 않은(1200만 야구인들의 빗발치는 요청) 주장대로라면 만약 금메달을 따지 못했으면 선동렬 감독을 사형에 처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도 있을 법 했다.

비록 정황상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선수 선발은 전적으로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선발 규정이 명문화되어 있지도 않다.  선동렬 감독의 주장처럼 반드시 기록만으로 선수를 선발할 수는 없다. 기록으로만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면 이동국 선수는 월드컵을 때마다 선발되어야 했다. 또 의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면 히딩크 감독의 선수 선발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손혜원이나 김수민 의원은 경기를 보는 것이 전부였지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주제에  별 시답지 않은 짓을 했다. 정황만 가지고 이슈를 만들어보려고 잡도리를  했던 것이다.  빗발치는 요청을 했다는 야구팬(?) 입장에서 봐도 기가 찰 질문뿐이었다.

물론 오지환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실력으로 증명했더라면 이런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경기력이 떨어져 많은 비난을 했지만 감독 고유 권한까지 침범할 수는 없다.

왜 하필 야구인가?

축구의 경우도 선발과정에서 비판이 있었다. 황의조 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비난과 우려를 실력으로 잠재웠다. 9골을 넣었다는 점만  오지환과 다를 뿐이다.

농구는 또 어떤가?

허재 감독은 자신의 두 아들을 국가대표에 끼워 넣었다. 의원들의 주장대로라면 사실 선동렬 감독보다 자신의 두 아들을 발탁한 허재 감독이 국감장에 서야 한다.

일부 팬들이 명백한 증거도 없이 선수 선발 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해서 국가대표 감독을 국감장에 세운다면 누가 앞으로 독배를 마시겠다고 사명감 있는 자청을 하겠는가?

비록 문제의 오지환 선수가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차범근 전 감독이나 박지성 선수도 선수 시절 매 경기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하다못해 조기축구를 해본 사람이면 알만한 사실이다. 어느 날 일요일은 펄펄 날다가도 어느  일요일은 속칭 삐꾸가 되는 경우도 있다. 운동선수가 매번 팬들의 요구대로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선수 선발을 잘못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도 감독의 책임이다. 감독은 성적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면 그만인 것이다. 한수 아래 국가들을 상대했건 간에 어쨌든 감독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객관적 전력이 현격한 차이가 나 우승이 확실하다고 해도 어떤 경기도 장담할 수는 없다. 3부 리그 팀이 1부 리그를 격파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 것이 운동 경기다. 정현 선수가 조코비치를 꺾을 것이라고 확신한 국민이 있었던가 묻고 싶다.

이번 국감은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 이런 식의 책임 추궁이라면 국가대표 감독은 선수 선발을 제대로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비약하자면 국민 투표를 통해 선발해야 하는 지경이 될 수도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언급한 대로 앞으로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 대단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겁이 나서 누가 감독을 하겠다고 하겠는가?

선동렬 감독은 자신이 떳떳하다면 일생일대의 치욕을 당한 것이다. 더 이상 국가대표 감독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국회는 국가대표 감독을 데려다가 망신 줄 일이 아니라 병역 특례 시스템 개선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다.

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차라리 낮잠이나 자기 바란다.  20대 국회가 유난히 길다는 생각이다.

심춘보 대표/발행인  a257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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