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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 못 드는 이들을 위하여
  • 박혜범 섬진강 정신문화원장
  • 승인 2018.10.1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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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 못 드는 이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밤이 너무 길고 길다는 것인데, 그 고통은 당해보지 않는 이들은 모른다.
잠 못 드는 고통은 남녀노소가 다를 것이 없지만, 병고에 시달리는 환자의 고통은 비할 바가 아니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신체 건강한 백수가 잠 못 드는 것은, 그냥 이런저런 궁상을 떨다 잠 못 드는 것이지만,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가 잠 못 드는 고통은, 참아내기 어려운 아픔과 두려움이 뒤섞이는 연유로 고통이 고통을 일으키며 배가시키는 또 다른 고통이 돼버린다.
그러나 병상에 누운 환자보다 더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일상생활의 리듬이 엉망이 되고, 삶의 질을 저하시키며,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갱년기 우울증 등등 정신적 질병으로 잠 못 드는 고통이다.

지난 20년 동안 사고 후유증으로 통증을 안고 사는 내가 24시간 날마다 시달리고 있는 통증과 사는 일들로 발생하는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을 극복한 방법이, 날마다 내 몸 안에서 일어나고, 마음 밖에서 부딪혀 오는 유무형의 일들에 대하여, 가능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며, 불면의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해주는 말 또한 평상심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무엇이 평상심이며, 안다 하여도 이것을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느냐는 것인데, 이것이 문제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평상심이란 배고프면 밥을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고, 졸리면 잠을 자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진실로 해와 달이 돌아드는 것처럼, 간명하고 옳은 말이며 진리다.
흔히 이것이 왜 도(道)인가를 말로 설명하는 도(道)는 이미 도(道)가 아니기에, 촌부가 옛 도인들의 흉내를 내어, 이것이 평상심의 도라고 주절주절 몇 마디 하려다, 차마 낯간지러운 일이라 쓰던 글을 지우고, 고려 고종 때의 승려 진각국사(眞覺國師, 1178~1234)가 섬진강 강변 오산 봉우리에 자리한 도선사(道詵寺 현 구례 사성암)에서 읊은 시 한 수를 여기에 게재하니, 금생(今生)의 복이 있는 이들은 진미 가운데 진미를 깨닫는 인연이 있기를 손 모아 빈다.

*전물암에 살면서*
오봉산 앞 오래된 바위 굴에
한 암자가 있으니 그 이름 전물암(轉物庵)이라네.
내 이 암자를 지어 사는데
다만 하하 웃기만 할 뿐 말로 하기 어려 우이
입술 일그러진 바릿대와 다리 부러진 솥으로
죽 끓이고 차 끓이며 즐거이 하루해를 보낸다네.
게을러서 쓸지도 않고 풀도 베지 않았더니

마당 풀이 구름 같아 그 깊이가 무릎까지 빠지네.
늦게 일어나니 새벽 인시(寅時)는 알지도 못하고
일찌감치 잠이 드니 해지는 술시(戌時)를 기다리지 않네.
머리도 깎지 않고 불경(佛經)도 보지 않으며
계율도 지키지 않고 향도 피우지 않네.
좌선도 하지 않고 조사들께 예를 올리지도 않으며
부처님께 예불도 드리지 않네,
사람이 와서 괴이 여겨 무슨 종지(宗旨)를 아느냐 물으면
일 이 삼 사 오 육 칠이라 대답하네.
말아라, 말아라, 말아라. 가만가만 비밀 지켜
집안 흉을 바깥에 드러내지 않는다네.
마하반야바라밀

위 진각국사의 시를 보면, 오산 사성암에서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돌아가 다선일미(茶禪一味)의 세계를 만끽하면서, 그야말로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고, 잠이 오면 잠자는 아무 곳에도 걸림이 없는 숲속의 바람처럼, 그런 수행(修行)의 즐거움을 노래하는 것으로, 진각국사가 평상심을 어떻게 운용하여 쓰는지, 그 진면목이 잘 나타나 있다.

사진설명 : 사람이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이 돼버린 한국 최고의 자연정원인 섬진강 제4곡 함허정(涵虛亭 1543년 심형광이 지음)의 문이다.

 


박혜범 섬진강 정신문화원장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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