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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개혁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개혁전략을 잘못 구사하기 때문YS, DJ가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정치활동을 통해 단련된 정치꾼(전략가)이었기 때문이다.
  • 윤석규 본보 고문
  • 승인 2018.11.0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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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 에마뉴엘은 <더 플랜>의 서두에서 워싱턴에 있는 두 부류의 사람들, 바로 정치꾼(hacks)과 정책광(wonks) 사이의 해 묶은 긴장관계를 설명한다. 그는 두 부류가 서로 상대방을 '헛똑똑이'라거나 '무지하고 위험한 사람'으로 조롱하지만 둘은 "정치의 음과 양"이며, "위대한 대통령의 척도는 이 둘 모두를 이해하는 능력에 있다"라고 말한다. 약간 비아냥 섞인 정치꾼과 정책광을 더 중립적인 말로 옮긴다면 (정치) 전략가와 정책가라 할 수 있겠다.

故 박세일 교수는 박근혜와의 협력과 선진화재단을 이끌면서 발표했던 여러 국가전략 등으로 보수 이론가(사상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소장 연구자 시절, 경실련 등의 시민운동을 벌일 때, 그리고 YS 청와대의 수석으로 사법개혁과 교육개혁을 추진했을 때는 개혁가의 면모를 보였다.

그는 정권교체 후 1년간의 자진 유배생활을 마치고 국내에 들어와 잠시 KDI 정책대학원에서 연구와 강의를 했는데, 그 가운데 YS 정부 개혁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반추하며 개혁의 방법론과 전략에 대해 강의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개혁을 생각할 때 주로 과제와 목표에 집중하지 전략과 방법론은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개혁의 성패는 의지와 신념의 크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박 교수는 결과를 좌우하는 요인이 전략과 방법론에 더 많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무릇 모든 개혁은 그 내용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개혁으로 기득권을 잃을 세력의 저항과 반대도 심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해 목표를 이루려면 반대세력을 힘과 명분으로 제압하거나, 힘이 부족하면 연대하거나, 그도 어려우면 타협하고 절충해야 한다. 고도의 전략과 전술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개혁 의제를 발굴하는 것이 정책가의 몫이라면 개혁전략을 짜는 것은 전략가의 역할이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뤄야, 좋은 의제가 좋은 전략을 만나야 비로소 개혁이 성과를 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갈수록 힘들어 보인다. 남북 관계 개선으로 벌어놓은 지지율을 계속 까먹고 있다. (핵심 집권세력의 정치적 행태에 대한 개인적 好惡를 떠나서) 지지율 하락을 바라볼 때마다 촛불 정권에 값하는 개혁을 염원해온 사람들의 마음이 착잡해진다. 80% 가깝던 지지율 갖고도 재벌, 노동, 금융, 복지, 분배, 세제 등 구조 개혁은 거의 손도 대지 못했다. 관련 입법도 거의 전무하다. 정녕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 성과 없이 이 정권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개혁에 대한 문정부의 자세가 잘못된 것 같지는 않다. 문 정부의 가장 중요한 개혁의제 가운데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이정우 교수는 YTN 인터뷰에서 “한국이 현시점에서 꼭 취해야 할 옳은 방향"이라 했다. 다만 보수진영의 비판과 반대로 "문재인 정부는 지난 1년 반 동안 소득주도성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이 교수의 지적을 포함해, 나는 문 정부의 개혁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개혁 의제를 잘못 잡거나 개혁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개혁전략을 잘못 구사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청와대의 인적 구성이 그걸 기대하기 어렵다. 청와대에 일급 정치꾼이 없다. 문 대통령이 '정치꾼과 정책광을 모두 이해하는 능력'을 지녔는지 모르겠으나 정치나 전략 이런 거를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양반이고, 조모 같은 백면서생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임 모나 한 모 등의 실력에 대해서도 여의도의 선수들은 대충 다 안다.

역대 정부 가운데(군사정부는 빼고) YS 정부와 DJ정부처럼 명확한 개혁 의제를 정하고, 일사불란하게 이를 성취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YS가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개혁에서 보여준 장면은 한마디로 쾌도난마였다. DJ가 의사집단의 저항을 뚫고 의약분업을 밀어붙이던 모습은 은근과 끈기 그 자체였다. 그뿐인가. 4대 보험을 정비했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했고, 국가인권위원회, 4.3, 광주항쟁,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된 입법을 완료했다. 두 대통령이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두 분 자신이 오랜 정치활동을 통해 단련된 정치꾼(전략가)이었기 때문이다.

윤석규 본보 고문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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