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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명 여가수를 보고 와서 쓰는 글
  • 박혜범 섬진강정신문화원장
  • 승인 2018.12.0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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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누구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어느 무명 여가수가 산골마을 군민회관에서 콘서트를 한다기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지인들과 함께 갔었다.
그녀에 대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호불호를 떠나 공연장에 찾아가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도,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개인적인 지론을 실천하는 차원이기도 하였다.

가서 본 결과는 실망도 대실망이었다. 산골마을 공연문화가 그렇듯, 무명 여가수 공연에 시골 사람들의 반응이 없을 거라는 짐작은 하고 갔었지만, 커다란 군민회관 공연장에 앉은 관람객이라곤 나와 함께 갔던 일행들을 포함하여 손가락 발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였는데, 내가 실망한 것은 관객 수가 아니고, 바로 무대의 주인인 무명 여가수였다.

관객이 적은 것은 농촌 사람들이 일에 지치는 농번기 탓도 있었지만, 애초에 공연을 기획한 사람들이, 무명 여가수를 과대 포장하고, 몇 백 명을 수용하는 대형 공연장인 군민회관을 잡은 것이 실수였다.

그러나 정말 해서는 안 될 큰 실수를 한 것은 무명 여가수였다. 한 사람이라도 더 오기를 기다리며 공연시간을 늦춰 시작된 무명 여가수의 콘서트는 형편없다는 평조차 아까운 것으로 최악이었다.

유명 무명을 떠나 명색이 가수라면, 단 한 명의 관객일지라도, 자신의 노래를 들으려고 찾아준 그 한 명의 관객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했어야 하는데, 그것이 예능인의 자세이고 프로인 것인데, 공연에 앞서 관객들이 많이 오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멘트로 시작된 그녀의 노래들은 하나같이 김빠진 맥주였다.

한마디로 노래의 흥은 고사하고 성의도 없이 내지르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들이 이상할 지경이어서, 더는 못 듣겠다는 일행들과 도중에 자리를 뜨고 말았는데, 오늘 어떤 장소에서 그녀를 보았다, 정확히는 어느 가게에 들어온 그녀를 본 것이다.

오래전 군민회관에서 그녀의 노랠 들은 이후, 아무리 지척에서 공연을 한다 해도, 그 여가수가 나온다면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오늘 우연히 그녀를 보니 옛 기억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예로부터 전하는 말에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아니하면 바라는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는 말이 있고, 지 설움에 지가 운다는 말이 있는데, 스스로 자신의 노래에 미치지 못하는 가수의 노래를 누가 들어줄 것인가?

때로는 만 명의 사람들보다 단 한 사람이 더 소중한 경우가 있고, 그 소중한 한 사람을 위하여 스스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사람이 사는 일들인데, 하물며 명색이 가수가 관객이 적다고 사람들이 자신을 몰라준다며 노래를 성의 없이 부른다면 그걸 어찌 가수라 하겠는가.

가수는 자신의 흥에 자신이 미쳐야 하고, 그런 후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단 한 사람을 위하여 스스로 미치며 혼신의 힘을 다할 때, 비로소 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에 미치는 것임을, 이제라도 그녀가 깨달아 스스로 미쳐서 노래하는 가수가 되기를 바란다.

박혜범 섬진강정신문화원장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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