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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한민국의 재판은 '캥거루 재판'이 되지 말아야 한다.
  • 김낙훈 편집국장
  • 승인 2019.02.0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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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크라테스, 예수, 잔 다르크, 토마스 모어, 조봉암, 인혁당사건 피해자 등등 - 이들은 당대의 '엉터리 재판'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해야 했던 사람들이다.

 역사적이거나 현실에서나 사법부의 불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그 원인은 모두 '엉터리 재판'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엉터리 재판'을 영미권에서는 비하하여 '캥거루 재판' 또는 '캥거루
 법정(Kangaroo court)'이라고 한다. 물론 캥거루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엉터리 재판을 하는 판사도 캥거루로 비하되어 불린다.
 주로 구치소와 교도소의 죄수들이 여는 불법적 재판을 '캥거루 재판'이라고 하는데, 캥거루가 사는 호주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캥거루 재판'은 현존하는 법률의 원칙이나 인권을 무시 또는 곡해해서 행해지는 사적(私的)이며 감정적인 재판, 혹은 폭도들이 집행하는 재판, 특히 교도소에서 죄수들 사이의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죄수들이 행하는 재판 등을 일컬어 말한다.

 그런데 지난 1월 30일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예상과 달리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2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리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도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 부장판사)에서 강제추행·성폭행 유죄 판결로 3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두 판결을 놓고 그 후폭풍이 엄청나게 일고 있다.
  먼저 김경수 지사의 1심 판결을 두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판결 불복’에서 더 나아가 “양승태 적폐 사단의 판사들이 벌이는 재판 농단”, “보신과 보복의 판결” 등과 같은 적의를 드러내며 '캥거루 재판'으로 단정하였다. 또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다시 ‘판사 탄핵 카드’를 꺼내들 기세이다.

 그리고 안희정 전 지사의 경우도 1심 판결에선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수준으로 위력이 행사되지는 않았다’고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2심 판결에서는 진술의 증거력뿐만 아니라 법리에 대한 판단도 달라 유죄가 선고되었다.

 1심 판결을 비판해 온 여성 단체는 2심 판결은 “역사적 판결”이라며 뒤바뀐 결과를 환영했다. 반면 사회 일각에서는 “시류에 편승한 엉터리 판결로 이 역시 '캥거루 재판'"이라는 식의 비난도 나왔다.

 이처럼 판결을 보는 시각도 엇갈리고, 1, 2심 판단이 180도로 다른 재판은 일반 국민들의 법 상식에 심대한 혼란을 주었고, 재판에 대한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게 하였다.

 먼저 필자는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 김경수 지사 사건의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 출신이라는 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논지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린 적이 있다는 점, 그리고 사법개혁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에 대한 사법농단세력의 반격의 일환이라는 관측 등등 - 성창호 부장판사의 개인적인 성향은 여기에서는 논하고 싶지 않고 오로지 잘못된 법리 해석과 판결만 이야기할까 한다.

 첫째, 증거보다는 정황으로만 유추한 판결이라는 흠결이 있다.

 즉 유죄의 심증이 가더라도 합리적 의심에 침묵을 명할 정도의 확실한 증거(beyond reasonable doubt)가 아니면 유죄판결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둘째, 양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 지사가 받고 있는 혐의인 컴퓨터 등을 통한 업무방해는 지난 23년간 실형이 선고된 건이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경미한 경범죄 수준에 지나지 않았으나, 징역 2년의 실형 선고는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셋째, 형사재판은 기본적으로 형사소송법 제198조에 의하여 불구속 수사와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경수 지사는 도주의 우려가 없는 300만 경남도민이 선출한 현직 경남지사이고, 항소심과 상고심을 남겨두고 있는 피고인을  법정구속한 것은 너무나 지나치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2016년 9월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1년 6월형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원은 그를 법정구속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

 다음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2심 판결은 오로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만 가지고 판단의 근거로 하였다는 흠결이 있다. 
 사건을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판단하지 않고 개별적인 사건 하나하나에 대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말의 일관성을 들어 무죄를 유죄로 판결했다면 일관성 있게 말하는 건 성인이라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걸 이유로 삼은 건 유죄 선고하기 위함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편 시중의 누리꾼들은 “여론몰이로 인한 마녀재판이다”, “이 사건은 이미 기획된 시나리오 대로 움직인 사건이다. 사법부는 스스로 자신의 임무를 포기한 것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등의 비판적 의견을 보였다.

 그럼, 이렇게 헷갈리는 판결이 나오는 이유와 개선 방향은 무엇인가?

 법조계에서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는 세 가지 정도로 간추려 볼까 한다.

첫째로 판사 개개인의 자질과 자세의 문제이다.

 판사는 사법부의 일원으로 그에 맞는 엄격한 공정성과 공직 윤리의식을 지키고, 상식에 부합한 판단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자질이 부족한 일개 판사의 월권과 자의로 인해 이것이 무너진다면 이는 사법독립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그러니 더 이상 사법농단 세력 등에 의해 법원의 정의가 뒤흔들리지 않게 하려면 판사 자신들의 자질 함양과 확고한 자세가 우선 되어야 한다.

 둘째는 범죄에 대한 인식 편차와 더불어 법과 판례의 문제이다.
 현행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니 법원에 불만을 갖고 억울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또한 이로 인해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게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입법부인 국회도 법률의 손질과 법 개정 안의 신속한 처리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로는 재판 당사자, 정치권 등 재판에 관련된 인사들의 재판 결과에 대한 반응과 대응하는 행태도 상당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법정으로 간 정치적 사건이나 사회적 이슈를 야기한 사건은 때마다 재판 결과의 유불리나 기호에 따라 공수만 바뀌었지 항상 반복된 장면이 나타난다. 

 자기 편에 유리한 판결이나 결정이 나오면 “사법정의가 살아 있다”, “사법부에 경의를 표한다"라며 반색하고, 반대의 경우엔 “사법정의가 죽었다”, “사법부의 존재 의의를 망각했다"라고 비난하기 일쑤였다. 이러다 보니 같은 판사와 재판부를 향해 어떨 때는 "훌륭하다"라고 치켜세웠다가 어떨 때는 “캥거루 판사"라고 손가락질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따라서 김경수 지사 판결이나 안희정 전 지사의 항소심 판결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나 여성 단체의 비난 등이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정치적 유불리와 골수 지지자를 의식한 자신들의 이런 행태가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가속화하고, 정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마저 신뢰를 잃을 경우 법치주의의의 근간이 흔들려 나라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재판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판결도 사람이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오류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실수가 결코 용납되거나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
 부당한 판결로 인한 그 개인과 국가 사회의 손실과 고통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결은 하나하나마다 신중하고 사려 깊은 판단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제 우리도 ''대한민국의 재판은 '캥거루 재판'이고 그 판사는 캥거루이다."라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한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김낙훈 편집국장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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