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7.16 화 16:09
상단여백
HOME 칼럼&사설 칼럼&사설
애국가 교체, 공론화 대상인가?
  •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 승인 2019.02.10 12:15
  • 댓글 1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안익태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안익태의 익히 알려진 친일 행적에 이어 최근 그가 나치에 협력했다는 새로운 자료들이 제시되면서부터다. .

안익태의 독일에서의 행적을 기반으로 '안익태 케이스'란 책을 출판한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안익태의 행적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고, 공론화를 통해 이런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론화를 통해 애국가를 다시 써야 할지 고려해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해영 교수가 주장하는 안익태의 친나치 행정에 대한 주장은 대략 두 가지 근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안익태가 베를린에 머물던 시기 집주인 에하라 고이치가 일본첩보망의 총책이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상 나치의 외곽단체였던 독일협회가 그를 후원하거나 연주회를 주최했다는 것이다. 안익태에 대한 탐사(?)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불쾌한 감정‘으로 대답했다.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에 대해 이제라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서방 선진국이라면 애국가는 벌써 폐기됐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애국가 교체 여부를 묻는 한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는 이들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교체 반대가 58.8%, 찬성은 24.4%, 모름/무응답 16.8%로, 국민 10에 6은 애국가 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시점이 안익태의 친나치 주장이 제기된 직후에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다수의 국민이 친나치 의혹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나는 안익태의 친나치 의혹을 제기한 이해영 교수를 탓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오히려 그의 노력으로 국민들에게 안익태에 대한 진실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점은 당연히 평가받아야 할 것이고 박수 칠 일이다. 그리고 그가 주장한 바와 같이 실제적 진실을 밝히고, 이를 기반으로 필요하다면 현재의 애국가 폐기와 교체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안익태에 대한 진실 찾기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다수 국민은 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안익태와 애국가 교체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를 그 논거로 들고 있다.

안익태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차고 넘치는 증거가 있으니, 이를 부정하는 이들의 의견은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안익태의 친나치 행적에 대한 연구나 주장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상당한 신빙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추가적인 연구와 조사가 필요할 뿐이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애국가 교체 문제를 공론에 부칠 것인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공론화의 첫 번째 요건은 ‘공론화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공감 여부다. 학자의 ‘불쾌한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학자의 욕구가 공론화의 조건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공론화가 국민의 뜻과는 무관하게, 공공기관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국민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공론화가 난발된다는 점 또한 이런 점에서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공론화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공론화가 공공기관의 자기 필요성에 의해서, 혹은 일부의 주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론화가 남발되어서는 안 된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국민의 수고로움이 동반되는 공론화는 국민이 절박하게 느끼는 문제를 중심으로, 국민이 공론화를 원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안익태 친일-친나치 주장에 기대어 애국가 교체 공론화를 요구하는 일부의 주장은 '아직' 국민적 설득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국민 가운데 안익태의 친일, 친나치 행적을 알고 있고, 이해영 교수와 마찬가지로 ‘불쾌한 감정’을 갖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수 국민의 주장처럼 나 역시 안익태의 행적과 애국가 교체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른 차원이라는 주장이 ‘애국가 교체 반대 = 안익태 매국 행적 인정’으로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사실의 왜곡이고, 논리의 비약이다.

안익태의 친일-친나치에 대한 문제는 사실관계 확인의 문제이자, 역사적 심판의 문제이다. 반면, 애국가 교체 여부는 국민적 합의 형성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 문제를 포함하여, 애국가를 현재의 (사실상) 국가(國歌)로 만들어온 국민의 정서적 공감에 관한 문제이며, 한국 사회를 또다시 이념 갈등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지닌 문제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문제이다. 국민 입장에서 볼 때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행적은 이런 종합적인 판단을 위한 핵심적 자료 가운데 하나다. 공론화 여부에 대한 판단 역시 국민이 결정한 사안이다.

공론화 여부를 결정하는 첫 번째 질문은 해당 사안이 '공론화 대상인가'를 묻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의 근거는 '국민이 공론화를 원하는가'에 있다. 학자와 전문가가 판단해야 할 문제는 '공론화'를 통해 '국민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의 크기와 얻게 된 편익을 종합적으로 형량 하는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진실에 대한 판명', 또는 '불쾌한 감정'은 공론화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으나, 그 자체가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webmaster@dasanjournal.co.kr

<저작권자 © 다산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