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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의 적폐청산 놀이로는 안 된다.
  • 박혜범 섬진강정신문화원장
  • 승인 2019.02.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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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산골마을에 살면서, 농한기인 겨울철이면 심심찮게 보았던 마을 청년들이 남의 집 닭과 토끼를 장난삼아 훔쳐다 술안주로 잡아먹던 서리에 관한 기억이다.

겨울이면 마을 어느 집 행랑채 또는 뒷방에서 모여 놀던 청년들, 정확히 말하면 군대를 가기 전인 20세 전후 젊은이들이, 어느 집 닭이나 토끼를 서리해서, 술안주로 잡아먹으며 밤새 놀던 일들, 그러니까 오랫동안 전해오는 장난삼아 벌이는 폐습이지만, 묵시적으로 용인되는 서리문화가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날 밤 닭이나 토끼를 잃어버린 주민과, 자식들이 서리에 관련된 주민들이 갖는 상이한 태도다.

간밤 닭이나 토끼를 잃어버린 주민은, 언놈들이냐고 화를 내는 반면, 자식들이 관련된 주민들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얘들이 밤에 놀다 장난삼아 서리한 걸 가지고 뭘 그리 야단이냐고, 별일 아니라며 애써 웃고 넘어갔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너나없이 서리가 나쁜 짓이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자식들을 엄히 꾸짖으며, 오랫동안 전해오는 폐습에서 비롯된 서리문화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하였고, 이따금 마을 공동체를 분열시키며 사람들을 불신으로 내몰던 잘못된 적폐의 근원인 서리문화는, 70년대 산업화가 시작되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사라졌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적폐청산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며, 성공할 수 있을지를 묻는다면, 여론조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시작부터 지금까지 세상 그 어떤 칼보다 무서운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으로 적폐청산을 부르짖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적폐청산의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자격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지지여부의 성향에 따라 저마다 다른 판단들이 있겠지만, 중립적인 대다수 국민들의 눈에 비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은, 이른바 신마적(新馬賊)들이 구마적(舊馬賊) 잔당들을 마저 제거하고, 편하게 창고를 털어먹는 수단일 뿐, 국민들이 바라는 국가와 국민들이 보다 더 좋은 세상으로 진일보하여 나가는 정치가 아니다.

한마디로 남의 집 자식들이 자기 집 닭과 토끼를 서리하면, 분노하며 끝까지 죄를 밝혀 벌해야 한다고 경찰서를 찾아가면서, 자신의 자식이 관련된 서리에는 별것도 아닌 일이라며 관대하게 넘어가는 사람과 같은 이중인격인 이른바 내로남불의 문재인 정권 자체가 자격미달이고 또 다른 적폐집단이 돼버렸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참된 적폐청산이란, 과거로 돌아가서 과거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고, 오늘의 시선에서 잘못된 오늘을 개선 개혁하면 되는 일인데, 진정한 적폐청산을 바라는 국민들의 눈에는 문재인 정권 자체가 새로운 적폐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말이다.

올바른 적폐청산은 나부터 시작하여 나와 내 주변의 적폐들을 청산하는 것이고, 그런 사람이 적폐를 청산하는 자격이 있고, 세상 사람들은 마땅히 지켜야 할 사람의 도리로 믿고 스스로 삼가며 따르는 것인데, 임기의 2년을 지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을 보면 심히 실망스럽고 안타깝기만 하다.

거듭 말하지만 가장 합리적이고 강력한 적폐청산은, 오늘의 시선에서 과거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잘못된 오늘을 개선 개혁하여, 국민들이 다 같이 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삶을 꿈꾸게 하고, 미래로 발전하여 나가게 하는 것이고........

오랫동안 전해오는 폐습에서 비롯된 적폐인 서리문화를 시대에 맞는 법과 문화로 자연스럽게 소멸시켜버린 것처럼, 예전부터 인습과 관습으로 전해 오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각종 민폐들을 야기하고 있는 잘못된 폐습에서 비롯된 폐단들 즉 잘못된 문화와 관행들을 폐지하거나, 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바로잡아 바르게 하는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진실로 문재인 정권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그리고 민주당이 바라는 대로 차기 정권창출은 물론 향후 20년을 집권하기를 바란다면, 지금과 같은 내로남불의 적폐청산 놀이로는 안 된다는 것을, 먼저 깨닫는 것이 급선무라는 조언을 여기에 전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새누리당, 문재인 대통령과 손혜원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전직과 현직 이 둘을 비교하여 보면, 다르고 달라지기를 바랐던 우리 국민들의 눈에는, 무늬만 정권교체일 뿐, 내용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복제된 정권,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정권일 뿐, 무엇이 다르고 달라졌는지 그 다름을 촌부 또한 알지 못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각 비서실에 선물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고, 나를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는 춘풍추상(春風秋霜)이다.

박혜범 섬진강정신문화원장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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