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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에 전해오는 차(茶)를 찾은 이야기
  • 박혜범 향토사학자
  • 승인 2019.04.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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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쓸데없는 기교나 허세를 부리지 않은, 말 그대로 순수한 우리네 민가에서 전해오는 방법으로 만드는 차(茶)를 찾아 달라는, 유럽에 사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짬짬이 알 만한 사람들을 찾아보았는데, 결론은 안타깝게도 빤한 이야기들만 듣고 보았을 뿐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람들이 자랑삼아 말하는, 한 통에 몇 십만 원을 하는 이름난 비싼 차(茶)도 없고, 명인이 만들었다는 다구(茶具) 하나 없는 촌부가 즐기는 차 문화는, 아무거나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맹물일지라도 즐겁게 마시는 자유로움이며, 사견이지만 내 스스로 옳다고 믿는 차의 역사와 문화는 다음 세 가지가 기준이다.

첫째는 저 유명한 조주(趙州) 종심(從諗 778~897)선사가 깨달음을 찾아온 승려들에게 선가(禪家)의 화두로 던졌던 끽다거(喫茶去 차나 마시고 가라)다.

선사가 차나 마시고 가라고 한 것은, 평상심을 깨달아 즐기라는 의미이지, 오늘날의 사람들처럼 이게 뭐고 저게 뭐다하는 등등, 스스로 분별하고 차별하여 차 맛을 가리며, 차의 본질이 아닌 어떤 사람이 만들었다는 1,사람과 2,차와 3,다구(茶具)에 혹하여 빠지라는 말이 아니었다.(조주선사는 관음원(觀音院) 주변에서 자라는 흔해빠진 차를 흔한 일상으로 즐겼을 뿐이다.)

둘째는 신라 경덕왕(742∼765) 당시 안민가(安民歌)를 지어 왕을 깨우쳤던 충담(忠談)선사의 이야기다.

충담선사가 삼월 삼짇날 망태기에 다구(茶具)를 챙겨 남산 삼화령(三花嶺)의 미륵님에게 차를 올린 다기(茶器)들이, 이른바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비싼 명품이 아니었다.(다구를 망태기에 챙겨 담았다는 기록이 증명이다. 앵통에 넣다 해도 마찬가지다.)

셋째는 인간으로 태어나 누릴 수 있는 절대의 자유를 만끽하고 간, 무의자(無衣子) 혜심(慧諶 1178~1234) 진각국사(眞覺國師)의 사례다.

진각국사가 구례 섬진강 강변에 우뚝 솟은 오산(鰲山) 바위틈에 자리한 도선사(道詵寺 현 사성암)에서, 저 유명한 선문염송을 집필하며 즐겼던 차, 즉 신령한 봉우리 바위에 걸터앉아, 지리산에서 떠오는 맑은 달을 벗 삼으며 섬진강 바람으로 즐긴, 어떠한 격식에도 얽매지 않고, 어는 곳에도 머무름이 없고,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마음의 차(茶)다.

이러한 세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차가, 촌부가 추천하는 차의 본질이며 배워야 할 문화이고, 기교나 허세를 부리지 않은, 말 그대로 순수한 우리네 민가에서 전해오는 차라 할 수 있는데.........

이제껏 촌부가 살아오면서 마셔본 차 가운데 이에 딱 맞는 차를 든다면, 전남 구례군 문척면 오산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중산마을 360번지에서 무위자연의 도학을 공부하는 틈틈이 전래하는 비법으로 죽염과 간장과 된장을 생산 판매하며 살아가는 벽봉(碧峰) 정동주 선생이 선조들로부터 이어받아 아무 때고 1년 내내 편하게 만들어 즐기는 차다.(아쉽게도 차는 판매를 하지 않는다.)

잠시 벽봉선생이 선대로부터 이어오는 방식으로 만드는 차에 대하여 소개를 하면, 오래전 “소소한 일상 차 한 잔의 여유”라는 산문집을 발간하기도한 자칭 차를 즐기는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를 좋아하는 다인(茶人) 김용주 박사(현, 광양 튼튼정형외과 원장)에게, 순 우리식으로 만든 진짜 차 맛을 보라며, 당시 벽봉선생이 촌부에게 보내준 차를 가져다주었다.

그날 밤 서재에서 차를 시음했다는 김용주 박사로부터 품평의 전화가 왔는데, 보기엔 거칠고 볼품이 없지만, 특별하지 않는 평범한 향과 맛이 마실수록 깊어지는 보기 드문 좋은 차라면서, 정말 놀랍다며 정식으로 구입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을 정도로, 벽봉선생의 차는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순수한 우리네 삶에 배어있는 전통의 향기였고 자연이었다.

부연하면, 지금 사람들이 이런저런 찬사들을 쏟아내며 먹고 마시는 각종 차와 음식들은, 어떤 사람이 어떤 도구로 만들었고 그래서 맛있고 비싸다는 허명과 허세를 먹고 마시는 어리석음일 뿐이다.(속된 말로 골빈 인간들이라는 말이다.)

어제도 일이 있어 화순에 갔다가, 잠시 시간을 내어 무등산 숲에서 차를 즐기며 산다는 어떤 이를 소개로 만났었는데, 찾고 싶은 차의 정보는 듣지 못하고, 그가 늘어놓는 세속적인 허명과 허세만을 듣고 왔는데, 괜한 고민이다.

지인이 부탁한 민가에서 전해오는 방식으로 차를 만드는 중산마을 벽봉선생은 스스로 차를 즐길 뿐, 판매를 하지 않으므로 의미가 없으니 하는 말이다.

참고로 평소 촌부가 자주 가는 구례읍 유일한 전통 찻집 “향아‘는, 주인이 전통적인 자연의 향과 맛을 고집하며, 구현하려는 노력을 쉬지 않는 연유로, 우리네 선조들이 음미했던 기교와 허세가 없는, 원시 자연의 그대로인 차의 참맛을 진미로 맛볼 수는 있는 곳이지만, 지인이 요구한 전문적인 찻집인 관계로 제외시켰다.

알기 쉽게 설명을 하면, 자연을 재현하는 차라는 것은, 자연의 본질은 무상(無常)하고 무상한 것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므로, 즉 끊임없이 발효되는 것이므로(차와 빵은 물론 일상으로 먹는 밥도 마찬가지다.) 맛과 향이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그날의 일기에 따라 변하고,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자연의 맛이기에,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맛과 향이 변하지 않는 명품이라는 것은, 자연이라 할 수 없는 것이며, 이미 자연이 아니다.

하여 촌부가 내린 결론은, 지리산이나 섬진강이나 무등산이나 허명과 허세로 세속화돼버린 차들만 넘치고 있을 뿐, 지인이 찾아 달라는 자연을 재현하고 있는 민가에 전해오는 방식으로 만드는 차는 구할 수가 없다고, 그동안의 이야기와 함께 답신을 보냈다.

훗날 고국을 방문하는 그때에도 잊지 않고 생각을 따라 온다면, 오산 깊은 골짜기에 은거한 벽봉선생을 찾아가서, 선생이 즐기는 자연의 차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박혜범 향토사학자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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