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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 아직도 시민이 되지 못한 백성들
  •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 승인 2019.04.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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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해산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00만을 돌파했다 한다. 이에 한국당 지지자들도 청원 맞불을 놓은 모양이다.

4월30일 11시 현재 상황이다.청와대 청원으로 정당을 해산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지만 작금의 자유한국당에 대한 민심을 대변하는 일이다.이 추세라면 pc방 살해범에 대한 처벌 청원 1,192,049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이는 국민의 자유한국당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다.

국민에겐 헌법이 정한 청원의 권리(헌법 26조)가 있고, 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으니(8조), 국민이 청와대에 정당 해산 청원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현행 헌법상 문서로 하게 되어있으나, 이 역시 개정되어야 할 내용이고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본래 청원의 본령은 소위 민의의 전당인 국회이나, 국회 청원 제도가 사실상 기능 마비 상태이고, 국민에게 전혀 효능감을 주지 못하고 있고, 권력을 통제할 별다른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국민 입장에서 보면 청와대 민원 창구가 그래도 국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국민청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리 유쾌하질 않다.
그 첫째는 행정기관인 청와대가 국민의 요구를 수렴한다 한들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민원 대부분이 제도와 법제 정비를 통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말 그대로 '들어주는 것'을 넘어서기 어렵다. 결국 문제 해결은 없이 국민의 요구를 '아뢰는 효과'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대리를 통해서는 국민이 스스로 강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청원을 통해 더 강해지는 것은 청와대일 뿐 민원을 제기한 국민은 다시 처분을 그들에게 맡기는 꼴이 되어 버리고 만다. 대리인이 일을 잘못해서 생긴 문제를 더 큰 대리인을 통해 해결하려는 심리는 궁궐을 향해 '신문고'를 울리던 신민의 마음이다.

셋째는 국회의원 해임 혹은 정당 해산에 관한 문제는 ‘헌법적 차원’의 일이다. 국가 기강과 대의제의 근간에 관한 것이다. 이를 청와대에 의뢰한다는 것은, 제집을 사고파는 문제를 동네 통장에게 맡기는 꼴이다.

시민은 자율적인 존재이다.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는 존재이다. 별 시답지도 않은 상대에게 처분을 의뢰하는 것보다, 스스로 권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에게 문제가 있으면 그들을 소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야 할 일이지, 대통령에게 부탁할 일이 아니다. 그건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시민 권력이란 근육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어리석은 일이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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