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9.17 화 16:20
상단여백
HOME 사회 건강
코끼리, 거북이, 그리고 플라스틱
  • 손산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
  • 승인 2019.06.04 19:24
  • 댓글 0

플라스틱 빨대로 인해 죽은 거북이 사진 한 장이 던진 반향은 컸다. 너도나도 플라스틱 프리를 선언하며 플라스틱으로 만든 텀블러 사진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언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어느새 플라스틱 프리 선언은 가장 힙한 지구적인 유행이 되어 버렸다.

좋은 일이다. 좋은 일이긴 한데,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과연 우리는 플라스틱 프리를 선언할 수 있을까? 이렇게 회의적으로 묻는 까닭은 플라스틱이 만들어진 배경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거북이를 죽인다는 플라스틱은 코끼리와 거북이를 살리기 위해 발명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여 년 전인 1800년대 중반의 일이다. 당시 미국에선 당구가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당구에 필수적인 당구공은 전량 상아로 만들어졌다. 당구공뿐만이 아니었다. 피아노 건반, 체스 말 등 상아에 대한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거북이 등껍질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아직도 귀갑이라는 이름으로 고급 안경테 등에 사용되고 있으니, 당시엔 두말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상아와 거북이 등껍질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사람들은 이 두 동물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이를 보다 못한 뉴욕의 당구공 회사가 1863년, 상아 대체물 발명에 당시 돈 10,000달러를 상금으로 내걸었다. 그렇게 발명된 것이 플라스틱이었다. 플라스틱의 발명은 지금도 그렇지만 가히 혁명적이었다. 플라스틱으로 인해 인류는 난생처음으로 나무, 금속, 뿔 등과 같은 자연이 제공하는 소재를 벗어나게 된다. 고무와 동물성 수지인 쉘락(schellac)으로 만들던, 덕분에 시간이 지나면 불안했던 전깃줄도 플라스틱 덕분에 안전하게 바꿨다. 플라스틱은 식품 위생에서부터 의복, 의료,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다. 플라스틱은 글자 그대로 미래의 상징이었다. (플라스틱은 졸업이라는 영화 속 더스틴 호프만에게 미래를 보여주던 단어였다.)

하지만 영원을 약속했던 플라스틱의 영화는 바로 그 영원함 때문에 그리 오래가지 못하게 되었다. 대량 생산과 영원함을 약속했던 플라스틱은 100년도 못가 싸구려를 넘어 환경 파괴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컴퓨터 없는 현재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현재의 우리에게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는 있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는 그런 것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플라스틱 프리’ 선언은 인간을 믿지 못하기에 나온 운동이지 싶다. 하지만 최초에 플라스틱을 합성하던 마음을 되돌아본다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단순히 플라스틱 프리를 선언하고 대나무 칫솔을 찾기보다는, 다시금 거북이와 대나무를 살리기 위한 발걸음을 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인간을 믿으며 말이다.

 

손산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  webmaster@dasanjournal.co.kr

<저작권자 © 다산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