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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두 번째 독사로부터 살아난 오늘의 이야기
  • 박혜범 섬진강정신문화원장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23 20:10
  • 댓글 1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렸을 때의 일이다. 그러니까 1960년대 중반 모내기가 끝나갈 무렵 이때쯤 여름날에 겪었던 일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가축을 먹이는 전문 사료가 없어 100% 자연에 의존하던 시절이었던 관계로, 당시 어느 집이나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 오면, 으레 늦은 오후 꼴망태를 메고 인근의 들과 산기슭으로 나가, 소 먹일 풀을 베는 일이 흔한 일상이었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마을 뒷산 큰골을(계곡) 거슬러가서, 맑은 계곡물에 목욕도 하고 소 먹일 풀을 베는데, 때마침 눈앞에 한 움큼 좋은 풀이 있어, 좋다고 덥석 잡아 낫질을 하려고 보니, 나도 모르게 풀숲에 숨어있던 살모사(殺母蛇 까치독사)를 같이 움켜쥐고 말았다.

그때는 지금처럼 장갑이 없어 모두 맨손이었던 탓에, 비록 부지불식간에 풀과 함께 싸잡은 거지만, 결과적으로 어린애가 맨손으로 무서운 독사를 움켜쥐고서도, 물리기는커녕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것은 기적이었다. 한마디로 하늘이 나를 살려준 것이었다.(장갑이 있었다 해도 독사의 이빨은 피할 길이 없다.)

천행(天幸)으로 그때 독사에 물려 죽지 않고, 어린 나는 나대로 놀라 질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고, 독사는 독사대로 놀라 도망가기 바빴었는데........

오늘 오전 정문 앞 공터에 우거진 잡풀들을 뽑는 과정에서,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는데, 나는 어렸을 때처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고, 독사는 그때처럼 우거진 풀숲으로 도망 쳐갔다.

어려서 놀란 경험 탓도 있지만, 시골에서 자라며 터득한 것은, 밭이든 논이든 또는 화단이든 그날 작업을 할 공간을 사전에 한 번 둘러보면서, 손에 들고 있는 낫이나 호미 등 농기구로 풀숲을 흔들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뱀들이나 독충들을 사전에 도망치게 하여, 몰아내는 것이 작업의 정석이다.

그런데, 오늘은 눈에 훤히 보이는 공간이라, 사전에 해야 할 준비를 생략하고 작업을 하던 중 무심코 화단 돌 틈에 우거진 잡풀들을 뽑다가, 하마터면 맹독을 가진 살모사에게 물려서 119에 실려 갈 뻔하였다.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오늘 오전에는 비록 굵은 한 움큼의 쑥대들과 함께였다 해도, 맨손으로 독사를 움켜쥐고서도 기적처럼 물리지 않은 것은, 하늘이 나를 살렸다는 생각에 감사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풀을 뽑는 작업을 계속하려다, 독사를 움켜쥐기 전 순간적으로 느꼈던 느낌, 즉 마치 누군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독사를 움켜쥔 내 왼손을 잡아채는 것 같은 알 수 없는 현상이 기이하기도 하였지만, 꼭 한 달 전 수술을 받은 몸이 아직은 불편한 탓도 있었고, 작업을 지속하는 것을 하늘이 말리는가 보다 하고, 다음으로 미루고 일을 끝냈는데, 해가 저물어 가고 있는 지금 다시 생각해도, 나의 오늘 하루가 기적이었다.

끝으로 촌부가 오늘의 일을 글로 쓰는 것은, 농촌의 삶이든 또는 도시의 사람들이 취미로 짓는 주말농장이든, 또는 집안에서 가꾸는 화단이든, 야외에서 어떤 작업들을 하기 전에, 반드시 공간 내에 있을지도 모르는 뱀들과 독충들을 쫓아내는 사전 작업을 하여, 있을지도 모르는 불행한 사고를 방비하라는 의미다.(가장 손쉬운 것은 작고 가벼운 막대기 하나 들고 작업할 공간들을 둘러보면서 툭툭 치면 된다.)

게재한 사진의 독사는 2016년 5월 잡풀들을 뽑다가 발견 촬영한 것으로, 흔히 물리면 일곱 발을 못가 죽는다는 전설이 생길 정도로, 방울뱀에 버금가는 신경성 맹독을 가져, 한 번 물리면 불과 몇 분에서 2시간 내에 사망한다고 알려진, 한반도에서 가장 무서운 살모사(殺母蛇 까치독사)다.

이처럼 무서운 맹독을 가진 독사를, 50여 년 전 어린 시절에 소 먹일 풀을 베다 한 번, 그리고 늙은이가 되어 잡풀을 뽑던 오늘 오전에 한 번, 비록 부지불식간의 일이었지만, 어려서 와 늙어서 두 번을 맨손으로 움켜쥐고서도,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살았으니, 어찌 이걸 우연이라 하겠는가?

어려서 한 번 늙어서 한 번, 맹독을 가진 독사로부터 두 번이나 나를 살려준 하늘에 감사할 뿐이지만, 여하튼 내 인생의 기적이고, 나는 운수 대통한 인생이라는 생각이다. 

박혜범 섬진강정신문화원장 칼럼니스트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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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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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이GO 2019-06-24 21:55:53

    저 역시 어린시절 시골출신이라 공감을 많이 합니다 천운을 가지신분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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