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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는 잘못이 없다"전주상산고, 자사고 폐지논란에 대한 진단
  • 김은희 문화인류학 박사
  • 승인 2019.06.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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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자사고 폐지 논란을 보면서 주목하게 되는 점은 찬성이든 반대든 대부분이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의 관점에서 자사고 폐지 이슈를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개인이 자기 돈을 들여 학교를 설립하고 부모가 자기 돈을 들여 미성년자인 자기 자식이 받기를 원하는 교육을 선택하는 것을 금지하는 사회가 자유민주주의 사회인가?

상산 고등학교가 좋은 교육을 시키든 엉터리 교육을 시키든 혹은 일류대 합격자가 많이 나오든 말든 그 학교에 자식을 보내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오로지 부모가 전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공립학교에 보내길 원하면 공립학교에 보내고 자기 돈을 들여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으면 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이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그 기본권을 포기하는 것은 사적인 영역에서 개인의 자유를 상실하는 것이며 바로 전체주의 사회로 가는 것이다.

자사고 폐지를 찬성하는 쪽은 고등학교가 서열화되고,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어 계층 간 불평등 구조가 심화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자사고가 폐지되면 서열화가 안되는가? 예컨대 사립학교가 없는 북한이 평등한 사회인가?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남한사회에서는 사립학교가 사라지면 잘 사는 동네의 공립학교가 일류학교가 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또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이 없어질 거라고 믿는가?

인류학자로서 내가 알고 있는 한 평등한 사회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소위 '원시사회'에서도 사람들은 평등하게 살지 않았다. 그나마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분제도가 약화되고 좀 더 평등해질 수 있었다. 계층 간의 이동이 힘들어진다면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적 약자들도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공교육을 개선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자사고로 빠져서 일반고에서는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자존감이 약해진다는 것도 자사고 반대자들이 내세운다. 이런 논조야말로 자사고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실패자로 규정하는 사고방식이다. 교육자가 수업시간에 떠들고 싸우는 문제아들 때문에 정상적인 수업이 안된다고 이야기할 때 이들 문제아들의 자존감은 떨어진다.

특별한 교육이 더 필요한 대상에게 실패한 교육의 책임을 떠넘기는 잔인한 발상이다. 심지어 비행 청소년이라도 잘 교육해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시민이 내는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공교육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자존감은 학벌이 아니라 무엇을 성취했는가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 때 높아진다. 우리 사회에 학벌주의를 만들어내거나 방조하는 데 자사고는 책임이 없다.

무엇보다 만약 당신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사고에 반대한다면 당신 자식 자사고에 안 보내면 된다. 당신은 그럴 자유가 있고 당신 의견 존중한다. 그러나 당신이 내는 세금 한 푼 안 들어가는 자사고에 남들이 자식 보내는 것을 막을 권리는 없다.

김은희 문화인류학 박사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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