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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을 마시는 파랑새가 좋다.
  • 박혜범 섬진강정신문화원장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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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차의 향과 맛이라는 것은

저마다 스스로 생긴 그대로일 뿐
경계도 없고 분별도 없다.

더하고 덜할 것도 없고
좋고 나쁨도 없는데
글쎄 이게 이상한 요물이다.

어느 차가 맛있다 맛없다고
사람이 분별하는 마음을 내면
그 순간 둘 다 맛이 없어져 버린다.

사람이 분별하는 마음이 없으면
둘 다 그대로 맛이 좋으니

이게 요물이 아니고 무엇인가

야밤에 혼자서 차를 마시다
뜬금없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나 또한 이상한 요물이라
내가 나를 붙들고 한바탕 웃는다.

허허허 허 허 허 허 허 허 허
그러든 저러든
역시 차 맛은 물맛이다.

사람의 마음을 따라 변해버리는
요물인 차 맛보다
나는 한 모금 맑은 물을 마시는 파랑새가 좋다.

비싸다는 중국 운남(云南)의 전홍(滇紅) 차(茶) 금사홍(金丝紅)을 선물 받아 음미하다,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어, 지난봄 “민가에 전해오는 차(茶)를 찾은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전남 구례군 문척면 오산(鰲山)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중산마을에서 무위자연의 도학을 수행하는 벽봉(碧峰) 정동주 선생이 선조들로부터 이어받아 아무 때고 1년 내내 편하게 즐기고 있는 우리네 전통 발효차를 마셔보니, 역시 차 맛은 분별하는 마음을 내는 순간 달아나버리는 요물이다.

어쩌면 벽봉 선생이 사계절 아무 때고 무시로 만들어 즐기는 차가, 아득한 옛날 섬진강 강변 오산 봉우리에 자리한 도선사(道詵寺 현 구례 사성암)에서, 무위자연의 땔나무꾼으로 돌아가 일그러진 바릿대와 다리 부러진 솥으로 죽 끓이고 차 끓이며 다선일미(茶禪一味)의 세계를 만끽한 고려 고종 때의 승려 진각국사(眞覺國師,1178~1234)가 즐겼을지도 모르는, 어떠한 기교나 허세도 부리지 않은, 말 그대로 섬진강에 전해지고 있는 순수한 우리네 전통차 맛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중국 운남의 금사홍이 더 맛있는지, 섬진강 오산에 전해오는 차가 더 좋은지, 야밤에 차 맛을 분별하려다 내가 요물이 되고 말았다.

예나 지금이나 차 맛이라 하는 것은, 분별 즉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비교를 하면, 그 순간 참맛이 달아나버리고, 비교를 하지 않으면 참맛을 온전히 음미하는 것이니, 나머지 차는 오늘 밤 자다 깨어 목마르면 마시는 자리끼로 둘 일이다.

끝으로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분별한 것이지만, 기왕 비교를 한 결과를 보면, 금사홍은 빛깔과 향기 모두 첫 맛은 진하고 좋은데 우려낼수록 묽은 맛이고, 오산에 전래하는 차는 빛깔과 향기 모두 볼품은 없지만, 첫 맛은 별로이나 우려낼수록 진한 맛이니, 촌부 나름의 취향이지만, 역시 우리의 것 우리의 맛이 편하고 좋다는 생각이다.

 


박혜범 섬진강정신문화원장 칼럼니스트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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