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10.22 화 20:25
상단여백
HOME 사회 세상사는 이야기
박원순 시장에게 보내는 호소문
  • 강지우 사회복지사
  • 승인 2019.07.29 23:39
  • 댓글 0

규정의 벽에 가로막혀 자식처럼 키웠던 아이를 돌볼 수 없는 현실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장문의 호소문을 소개합니다.

박원순 시장님께

저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 김민호를 7년이나 넘게 키운 엄마입니다.

서울의 모 병원에서 버려져 멀리 강진에 있는 아동양육시설 일명 고아원이란 곳에서

이 아이를 만났습니다.

태어난 지 보름 만에 병원에서 엄마의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체 지내다, 서울에서 강진까지 왔지요. 저는 그곳에서 일하는 보육사로서 처음 아이를 만나 버려졌다는 사실에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났습니다. 처음부터 제 마음속에 자리한 민호입니다.

아이는 덕지덕지 묻은 머릿속 이물질을 씻겨주니 잠을 푹 잘 잤습니다. 며칠 후 건강검진을 하면서 알게 된 선천성 백내장, 빨리 백일 안에 수술하지 않음 실명할 수 있다고 하여 급히 전남대학병원에서 검사한 후 수술을 마쳤습니다.

점점 자라면서 해야 할 행동을 하지 않는 아이가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다시 대학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를 했습니다. 선천성 장애라 앞으로 걸을지? 어쩔지? 걷는다면 언제쯤 걸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듣고 그곳에서 아이를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웃으면 천사 같은 아이의 얼굴을 보노라면 가슴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안쓰러움을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날로 날로 아이는 커나가는 데 장애 때문에 못 걸으면 어떡하지? 뇌병변이면 어떡하지? 짐작을 하면서 무거운 짐덩이 하나가 가슴을 억누르고 있는 듯하였습니다. 아이를 관찰하고 하루하루 변화된 과정을 일기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자라면서 변비가 심해지자 항문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아이는 힘을 주다가 아프면 자지러지게 울고, 그때마다 내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고 삐질삐질 진땀이 흘러 옴 몸을 다 적셨습니다. 그 아픔을 본다는 건 제게 큰 고통이고 통증이었습니다.

변비에 좋다는 것을 구입해서 먹여 보고 또한 후원을 받아 먹이면서 조금 호전이 있다가도 변비는 여전했습니다. 민호의 똥이 더럽다는 생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두꺼운 똥줄기가 막혀 못 나올 때는 급한 마음에 맨손으로 잡아 빼기도 했습니다.

그런 뒤 서울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하게 된 계기가 있어서 모든 검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병명은 희귀병인 ‘로웨증후군’이라 했습니다.

이 병은 <신생아기에는 안과적인 문제와 신경학적인 문제가 주 증상이며, 유년기에는 신장 기관 기능이상으로 인한 성장 장애 와 구루병이 주로 문제가 되며, 청소년기에는 영양실조(inanition), 폐렴,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습니다. 치료방법은 없으며, 여러 가지 임상증상들에 따라 적절한 투약, 외과적인 수술, 물리치료, 작업치료, 그리고 특수 교육 등이 도움이 됩니다.>

저는 이 아이를 위해 먼 병원까지 자주 못 가니까 재활치료를 배워 와서 열심히 재활을 시키고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영양을 흡수하게 하고 후원도 받아 열심히 아이를 키웠습니다.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는 더디고 느리지만 점점 걷게 되고, 말도 하게 되고, 혼자서 밥도 먹으면서 차츰 남들이 하는 일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어릴 적 본 사람들은 사람이 될 줄 몰랐는데 이렇게 사람으로 만들어서 대단하다고 놀랍니다. 저는 서울대학병원에 꾸준히 데리고 다니면서 이상이 있다 싶으면 달려가곤 했습니다.

민호가 4살 때 갑자기 위험한 패혈증을 앓았습니다. 처음엔 패혈인지 모르고 열이 높아 2~3일을 동네의료원에 다니다 목포 아동병원에서 하루 입원하여 다음날 아침, 순간 ‘빨리 서울대병원으로 가자’ 제가 판단하여 속히 서울대학병원으로 이송해달라고 의사선생님께 부탁을 했습니다.

응급차를 타고 서울대학병원에 가는 동안 아이는 축 처져 잠만 잤습니다. 급한 마음에 응급차는 더디게 달린 듯했으나 다행히 12시쯤 서울대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서울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검사가 시작되고부터 갑자기 위급한 상태가 되면서 패혈증이라며 중환자실에 보내졌습니다. 당시 아이가 위험하다는 선생님 말씀에 얼마나 놀랐고 무서웠는지 복도에서 한없이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반가량을 병원에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서서히 회복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던 날 간호사님들은 “민호가 이런 날이 있네~”라며 무척 축하해 주었습니다. 퇴원하여 병원을 나서는 날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아파 누워있는 동안 아이의 통증과 차도를 지켜보며 수시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함께 나란히 누워 신장투석을 할 때면 힘들지 않게 휴대폰으로 노래를 보여주며 아파하지 않게 신경 써준 일,, 체온 유지와 아이의 상태를 체크하던 일, 하루에도 몇 번씩 채혈을 할 때마다 아파한 아이를 보면서 제발 ‘제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우리 민호와 저를 바꿔 주세요’ 하는 게 제 기도 제목이었습니다.

존경하는 박원순 시장님.

우리 민호를 저는 직업적으로 키우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사랑과 헌신으로 이 아이를 키웠습니다.

아이는 밤에 잘 때면 제 옆에 누워서 제가 가르치는 말을 따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장난도 치면서 행복하게 재롱을 떨다가 잠이 듭니다.

그건 제가 엄마이기에 가능한 것이지 아무한테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자는 도중에 “엄마~”하며 불러보고 확인하는 아이입니다. 제가 없으면 놀다가 혼자서 잠이 들어버린 아이..쓸쓸하게 잠든 모습을 앞으로도 그렇게 자라도록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하나하나 아이에게 내 손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이는 제 옆에서 투정을 부리고, 떼를 쓰며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달라고 고집 피울 때도 제가 엄마이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민호는 저와 있을 때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민호를 계속 키우고자 하는 이유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함입니다.

또한 앞으로도 건강하게 키우고자 아이를 위해 계획을 세워놨습니다.

언어치료, 재활치료, 등 꾸준히 병원에 다니면서 필요한 검진 및 치료, 희귀병에 관해 연구하는 박사님을 찾아다니며 민호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장애 판정을 받은 아이라고 해서 비장애아동들과 어울려 살 수 없다는 것은 한참 잘못된 제도입니다. 물론 장애시설에 가서 도움을 받아야 할 장애 아동은 따로 있습니다. 발달이 더딘 아동을 장애시설로만 가서 자라야 한다면 왜 통합유치원이 있고 통합 학교가 있겠습니까?

물론 이렇게 더딘 아이를 키우기에는 힘이 들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런 아이를 키우겠다고 나선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저는 민호의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민호에게는 장애시설에서 자라는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동의 최상의 이익이 되는 것은 엄마와 함 지내는 게 가장 최상의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희귀병 때문에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사는 동안 행복하게 지내는 게 우선이 아니겠습니까?

공무원들은 장애 아동 때문에 비장애아동이 피해를 본다고 말을 합니다. 절대 피해보는 일이 없습니다. 물론 불편할 수도 있겠으나 서로 어울리다 보면 서로에게 배려와 사랑이라는 것도 알게 되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고 도움이 됩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저는 이런 아이들을 위해 그룹홈을 작년에 만들어 승인받았습니다.

그런데 장애 판정을 받은 아동이라고 해서 그룹홈에서 키울 수 없다면 이 아동은 누가 엄마처럼 키워 주겠습니까? 또한 전국 그룹홈에는 지적장애아들이 현재 입소되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지적장애아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님께서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도와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2019년 7월 29일 강지우 올림

 

 

∎ 보건복지부에서 안내하는 내용

  ○보호아동은「아동복지법」제15조(보호조치)에서 시·도지사 또는 시·군·구청장이 보호조치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보호대상 아동의 특성과 지역 여건 등을 감안하여 보호조치에 적합한 시설에 입소 여부는 관할 지자체장 결정 해야 할 사항이므로 자세한 사항은 관할 행정관청과 협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장애인시설 입소전까지 아동그룹홈에서도 보호 가능하도록 아동 분야 사업 안내에서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9 서울시 아동복지사업안내에 시.도를 달리하는 아동생활시설 간 전원시설장이 아동의 특성과 연건에 따라 타, 시도 소재 아동생활시설로의 전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아동카드"와 전원사유를 기재하여 소재지 관할 구청장을 경유하여 시장에게 전원을 요청하고 시장은 아동을 전원시키고자하는 시.도에 전원 협의를 하여 그 결과에 따라 전원 조치함.

 

 

 

강지우 사회복지사  webmaster@dasanjournal.co.kr

<저작권자 © 다산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