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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 벌초하는 날
  • 장우기 만도기계 근무
  • 승인 2019.09.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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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황해의 푸른 물결이 춤을 추고, 변산에 서린 정기가 뻗어나는 부안군 석포리다.

생거 부안이라는 말에 걸맞은 배산임수 지세다.

다소 늦은 벌초는 태풍이 지나간 월요일 이른 아침.

고향을 향하는 날씨는 궂었다.

가는 곳곳마다 먹구름,  비가 오다 말다 부안 도착 무렵 빗줄기가 약해지는 듯싶더니 또 한 차례 굵은 빗줄기는 세찼다. 그래도 고향을 향하는 마음은 풍요롭고 넉넉했고 포근했다.

부안군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하는 윈암마을 펜션에 도착한 시간은 9시 반.

반가운 선배의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여독을 풀었다.

잠시 빗줄기가 약해지길 기다리는 동안 조상님들의 선산의 의미는 뭘까 생각해보았다.

조상님들이 죽은 후 육신 흔적과 영혼이 계시는 곳 묘지는 살아있는 사람과 같이 하나의 거주지 개념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언제든지 찾아가서 마음 다독이고 가는 곳.

그러는 사이 빗줄기가 약해져 산소로 출발했다

큼직한 우사(牛舍) 사이로 산소 가는 길은 인적이 없는 관계로 농로도 없다시피 풀밭 농장을 통해서 빗 길을 향하는데, 감나무 밭 그리고 그 언덕 더덕 밭의 추억이 문뜩 생각났다.

달콤한 홍시와 향기 좋은 더덕 맛!

감을 따다가 가지가 찢어져 날카로운 부위에 엉덩이 찍혀 칡넝쿨에 쑥 잎으로 피를 멈추게 했던 일.

고추장과 더덕만 있으면 점심 식사를 뚝딱. ‘이짝골’을 향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벌초를 시작하는데 이웃집 친구가 트랙터 몰고 기꺼이 산소까지 왔다.

예초기의 성능도 좋지만 아메리칸 골프장 잔디 깎는 전문가 보다 뛰어난 솜씨다.

그 분야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벌초는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나 끝났다. 벌초 후 마시는 막걸리 맛은 다양하고 신비스러운 맛을 냈다던 진시황제의 ‘주귀주’ 못지않은 천하일미였다.

귀갓길 짠 내 나는 곰소를 향했다.

작도쯤 지났을까?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 벨 소리는 그 친구의 목소리만큼이나 크게 울렸다.

그냥 보낼 수 없다는 말. 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다.

장어 큰놈 2마리로 소주, 맥주 7병.

술 마시는 속도가 곰소 바다를 순식간에 채우는 물결만큼 빠르다.

구수한 사투리 욕쟁이 친구 이야기는 후배가 선배들에게 상납한 일그러진 청춘이여~!!

과거 실전 물팍 사건 스토리는(눈물 빠지게 웃음) 두 선배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장어 술판 계산하러 갔더니 물찬 재비보다 빠르게 친구가 이미 계산을 해버렸다.

시골 인심이 과분하여 예초기 희생 손도 발걸음도 무거울 뿐이다

수원 노모 집에 도착하여 고향 특산물 모시떡 펴놓고 담소 중에 벌초의 의미를 물었더니

벌초는 산소 잡초 제거가 주목적이 아닌 형제들끼리 모여 고향도 찾고 술도 한잔하고 사는 이야기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무형 효과 의미를 말씀하신다..

부모가 떠나면 고향도 친구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하지만 이번 벌초 길은 나 자신에게 참 행복했노라 그리 말할 수 있겠다.

시골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장우기 만도기계 근무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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