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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의 광화문 광장 집회의 불편함.세종대왕은 울고 있다.
  • 권영심 자유기고가
  • 승인 2019.10.0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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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글날이다.
가을 하늘은 드높고 몸에 감기는 바람은 서늘하지만 그 청량함이 그지없이 맑다.
세종대왕의 지극한 백성 사랑의 결과물인 한글은 세계에 아무리 자랑해도 모자랄 만큼 대단한 문자다.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탄복하게 된다는 자랑스러운 한글을 가지고 그 만든 날을 기념하는 오늘의 우리는 이 날에 어떤 축하를 하며 즐거워해야 할까?
온 나라 전체에 크고 작은 백일장이 열리며 솜씨를 뽐내고 시인들은 시를 짓고 온 국민이 다 함께 어울렁 더울렁 노래하고 춤추는 한글날...
은 꿈이다.

하루 쉬는 공휴일이고 노는 날?
대부분 그런 생각이고 한글에 대한 새로운 감회가 생기지는 않는다.
광화문 광장엔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데 2009년 10월 9일 대중에게 공개된 모습은 장려한 아름다움이 세종의 업적을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10.4 미터의 높이의 앉은 자세는 세종의 40대 얼굴을 유추한 것이고 손에 들린 것은 훈민정음 혜례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광장에 가도 세종대왕의 모습을 편하게 볼 수가 없다.
수많은 시위 인파들이 항상 광장을 점거하고 있고 오늘 또한 마찬가지다.

한반도를 뒤흔든 초유의 사태.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의 함성으로 오늘 한글날의 광화문은 완전히 장악되었다.
어디서 그렇게들 오는지 셀 수도 없는 인파가 끝없이 몰려왔다.
한가운데서 오도 가도 못하며 하마터면 밀려서 쓰러질 뻔도 여러 번이어서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몸을 빠져나왔는데 후들거려서 걷기조차 힘들었다.
손에 손에 등과 머리에 써 붙인 조국 사퇴에 관한 온갖 험한 말들과 저주들...
이런 무서운 말 가운데 가장 큰 저주는

- 대한민국은 망했습니다 -라는 문구였다.

언제 우리 대한민국이 망했단 말인가?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지구에서 건재하다.
끝까지 가자는 마음에서 이런 문구들이 나왔겠으나 기가 막힌 심정이 되어 그저 바라만 본다
이제 우리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모르게 되었다.
그저 양 팀이 갈려 줄당기기하는 모양으로 이겨라!
이겨라! 소리치는 형국이다.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하도록 만드는 저 정치인들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인가?
가장 좋은 정치는 국민들이 모르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미 우리 국민들은 광장 정치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하나의 문화가 된 것처럼 촛불을 들고 태극기를 흔들고 자신이 주장하는 것을 위해 광장을 메우는 사람들은 과연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인가?
갓난아기까지 안고 그 아기의 이마에 구호를 써 붙이고 소리 지르는 젊은 부부를 보면서 나는 그냥 주저앉고 싶다.
우리의 이 광장은 오늘 다른 함성으로 채워졌어야 했다.
자음 19개 모음 21개를 가지고 수만 개의 언어를 만들 수 있고 이 세상의 어떤 소리도 그대로 표현해낼 수 있는 이 경이로운 글자를 가진 나라의 흥겨운 잔치로 광장은 채워졌어야 했다.
그런 날이 올 것인가?
573돌 한글날  .
광화문 광장의 함성 속에서 미아가 된 나는 그저 황망하고 서글퍼서 울고 싶다. 


권영심 자유기고가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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