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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무법자들
  • 권영심 자유기고가
  • 승인 2019.10.1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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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년 전에 연이어 여러 가지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가게에서 미끄러져 팔이 다중 골절로 부러졌고 지인의 죽음으로 큰돈을 잃어 그 충격으로 쓰러져서 혼수상태에 빠져 죽을뻔했다.
일 년여를 거의 병원에서 살았고 그때의 고통은 나를 무한 겁쟁이로 만들었다.
병원 생활은 사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날밤을 새는 것이 습관이 된 나는 밤에 자야 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런 시간을 다시는 갖고 싶지 않고 지금도 심각하게 아픈 곳이 있지만 약과 식이요법으로 견디며 나름 정말 조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넘어지거나 사고를 당해 다치는 것을 절대 조심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조심한들 사고는 생긴다는 것을 느낄 때가 너무나 많다.

오늘 오후 가게 문을 열고 장을 보기 위해 시장 마트로 갔다.
시장으로 가는 길엔 건널목이 있고 나는 파란 불로 바뀌어도 양쪽을 살펴 움직이는 차가 없을 때만 길을 건넌다.
오늘도 그렇게 길을 건너가고 있는데 갑자기 왼쪽 길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왔다 건널목엔 나 외에 두 사람이 앞서가고 있었고 그들은 거의 길을 다 건넜다.
나는 건널목 가운데였고 그 오토바이는 아무런 상관없이 나를 향해 돌진했다.
나는 우두망찰 서 버렸고 오토바이는 바로 내 앞에서 살짝 틀어 날아가 버렸다.
참 탄복할만한 대단한 솜씨였다.
오토바이 짐칸에 실은 네모 상자가 내 팔을 살짝 건드렸는데 -**의 민족 -이라고 쓰인 글귀가 위풍당당했다.

나는 길을 건너  간신히 나무를 잡고 후들후들 떨리는 몸을 의지했다.
-아이고  큰일 날뻔했네요
저놈의 ㅅㄲ들은 미친 거나 마찬가지예요 -
그 상황을 다 본 어느 부인이 나 대신 화를 내면서 욕을 해주어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달까...
가게로 돌아와서도 떨림은 진정되지 않았고 알 수 없는 분노가 밀려와서 정말 힘들었다.

만약 아이들이 그곳에 있었다면...

내가 피하려고 뛰거나 움직였다면...
대체 그 **의 민족은 어찌했을까?
내가 그 자리에 선 것은 조금 친분이 있는 동생의 조언 때문이었다.
-앞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달려오면 그냥 가만히 서는 것이 제일 안전해요.
자기들이 알아서 피해 가거든요.
그런데 피하려고 움직이거나 뛰면 순식간에 사고 나요 -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오늘 일을 겪어 보니 그 말이 맞는듯하다.
이해할 수 없는 속도를 내며 달려오는 그 물체를 그 순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뒷걸음질을 한다거나 앞으로 뛴다거나 했을 때 오토바이도 내가 움직이는 쪽으로 튼다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 맞겠다.
대체 어쩌자고 그렇게 달리면서 교통 신호는 물론이요 인도든 차도든 아랑곳하지 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배달하는 사람들은 법으로 그런 특권을 부여받은 건가?
그 무시무시한 속도로 배달해야만 하는 걸까?
만약 큰 사고가 난다면 안전장치는 아무것도 없는 운전자는 어떻게 되는 건가...

지금도 가게 앞의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가 여럿 보인다.
이 시간이 음식을 많이 시켜 먹는 시간인지 모르지만 달리는 소리가 굉음과도 같다
어쩌면 좋은가...

이렇게 배달 음식이 많은 나라도, 빠른 속도로 배달되는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는 나라가 인도인데 가정식을 먹기를 원하고 또 종교에 따라 먹는 음식이 다르기에 그렇다고 한다.

그런 인도도 우리나라와 같은 미친 속도의 배달은 하지 않는다.
이제 진정이 되었는지 떨리지는 않지만 슬프면서도 안쓰러운 느낌이 묵직하게 가슴을 채운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이 결코 즐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는 것의 힘듦이 아프도록 느껴진다. 


권영심 자유기고가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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