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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일심佛道一心
  • 박철민 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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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禪定)! 마음으로 사물을 생각하여 어떤 하나의 경지로 생각을 가라앉히는 일을 선정이라고 합니다. 아주 오랜만에 연신내에서 북한산(삼각산)에 올라, 비봉 대남문을 거쳐 다시 진관사 대웅보전에서 합장합니다.

예전에는 출가하지 않은 속인이 불교를 믿으며 당오(堂奧:진리가 높은 경지)에 달한 후에 법명을 가지면, 거사(居士)라 일컬으며 매우 존중했지요. 비록 속인으로 살면서 깨달음의 경지에 닿는다 해도, 세속을 등진 관세음보살이 산다는 보타가락산(寶陀伽洛山)에 이르기는 쉽지 않겠지요.

그러나 각자의 마음 깊은 곳에 석가세존이든 관음보살이나 지장보살 등을 넣고 산다면, 그것이 곧 깨달음이자 해탈이고 야누보리에 이르는 지름길이 되겠지요.

온종일은 새벽, 아침, 낮, 해 질 녘, 초저녁, 한밤중을 말합니다. 그야말로 온종일 뜬 눈으로 지내다 보면 하늘이 회색과 검은색을 포함한 새벽에도 노란 유채꽃이 아련합니다.

무릇 생명이 있는 개체는, 석가세존처럼 해탈하여 존재의 무에 이르기 전에는, 영원히 생과 사를 반복하며 영생합니다. 결국 오래 살거나 죽은 후 다시 태어나는 것도 불교의 개념으로 보면 업業이고, 그 업은 평범한 인간이 영원히 안고 가야 할 숙명인 것이지요.

삼국유사를 보면, 이 나라 최초의 유학승인 원광은, 당나라를 다녀와서 세인들에게 <세속오계>를 내놓습니다. 초등교육을 마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다섯 가지 원화 낭도들의 계율이지요. '사군이충, 사친이효, 교우이신, 임전무퇴, 살생유택.'

허나 삼국유사를 보면 화랑의 세속오계와는 다른 불교의 [五戒]가 있으니 그것을 나는 불정오계佛定五戒라 이름합니다.

<살생 하지마라, 거짓말을 삼가라, 도둑질하지 마라, 음행을 삼가라, 음주를 가리라> 불정오계의 내용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참으로 지키기 어려운 금기사항이지요. 불교는 입도立道하는 순간 얻게 되는 정신의 화두처럼, 심오하고 어려운 정신혁명입니다.

어느 시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짐을 지고 걸어가면 비바람에 휘둘리지 않는다. 또한 짐을 지고 걸어가면 물살에 떠내려 가지 않는다."

지구상에는 1,000만종이 넘는 생물이 존재하지만, 우주에 지구와 닮은 별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대략적으로 발견한 지금까지도, 지구상에서 밝혀진 생물의 종은 불과 150만 종뿐입니다. 아직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물의 15% 밖에는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이 되는 거지요.

불편하게도 밝혀진 동식물의 대부분이 지구상 최고의 고등동물이라는 인류에 의해서 멸종되고 있으니, 지구라는 푸른 별에 사는 생명들의 입장에서 보면 호모사피엔스야말로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할 종인 것이지요. 그 불편한 종인 인간은 지금으로부터 수만 년전에는, 불과 2,000명만 살아 멸종 위기를 겪었던 종이기도 했습니다.

현존하는 향가는 대략 25수 정도입니다. 그 향가 중 백미인 <모죽지랑가>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지나간 봄 그리메 모든 것이 근심이로다..."

우리네 삶의 모든 것이 근심덩어리이고 우리의 화두는 허리를 부여잡고 곁을 떠나질 않는데, '그리운 마음에 쑥이 우거진 마을에서 잘 잘 수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는 날은 그 언제일까요.

세상 일이라는 것에 다 내가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가진 지식이나 물질이 그리 대단한 것이 못된다는 사실을 새삼 알아 기꺼이 깨닫는다면, 우리에게도 중생들이 깨달아 도달하는 道의 경지인 <아누보리>가 정녕 가능할까요?

동면冬眠을 앓고 가는 산사(진관사)의 바람이 어둠을 지고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요사 마룻바닥을 쓸며 일어서는 사람들의 등짝을 기어내려가는 햇살의 목마름이 안타깝습니다. 고사목을 휘감고 자라며 목덜미를 타고 오르는 등나무가 있어 그나마 깊은 가을의 산사가 따뜻한 정경이 됩니다.

이제 일어나 바지를 털면 깊은 가을이 되고 기억 속의 겨울을 읽을 수 있을는지요. 고맙게도, 선홍빛으로 곱게 물든 당단풍은 알고 있을 듯하여 정색하고 물어봅니다. 그러나 단풍은 두 손 합장하며 빙그레 웃을 뿐, 나에게 아무 대답도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떨어지는 햇빛에 유난히 빛나는 자신의 볼 빨간 얼굴만, 수줍게 수줍게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박철민 작가. 칼럼니스트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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