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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長壽)가 축복이 되려면
  • 권영심 작가
  • 승인 2019.11.0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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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에 나와 같은 성씨의 남자가 있는데 올해 71세의 일가 오라버니쯤 된다.
이 오라버니는 어머님이 아주 장수하셔서 올해 97세가 되셨다.
17년 전 인공심장을 다는 수술을 한 것 외엔 아주 건강하고 놀랍도록 정신도 맑으시다.
아들 손자의 전번을 외우는 것은 물론이요 지금도 안경 없이 성경을 읽고 폰으로 장문의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병원 시장도 웬만하면 혼자 다니면서 어느 누구와의 소통도 문제가 없다.
참 놀랍고도 부러운 건강을 가진 어르신이다.
이 분이 어제 집에서 넘어져서 응급으로 내가 있는 병원에 입원했는데 골절은 아니고 뼈에 금이 갔단다.

너무 연세가 높아 수술은 못하고 그대로 붙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어 긴 병원 생활이 예견되는데 병상에 누워 한탄하는 말씀이 이랬다.
"내가 벌써 죽어야 하는데 죽지도 않고 이렇게 아들을 괴롭히고 있어..."
내가 알기로 오라버니는 정말 효자인데 어머니의 그 말을 들으면서 표정이 말도 못하게 울상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어머니 오빠가 노인인데 어머님 덕분에 아직 아이잖아요, 엄마가 있는 사람은 다 아이예요 그쵸? "
내 말에 97세의 어르신이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아들의 손을 꼭 쥐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이었다.

당신이 넘어지는 상황을 설명하는데 그렇게 조리 정연할 수가 없다.
평생 책과 성경을 가까이 두고 읽은 덕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독서가 사람에게 주는 많은 도움은 정말이지 일일이 열거하지 못하겠다.
나더러 이렇게 이쁜 젊은이가 어디 가 아프냐고 하셔서 말할 수 없는 위로를 받고 병실을 나왔다.

97세 어르신에게는 내가 이렇게 이쁜 젊은이로 보이는 것이다.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봉사를 여러 가지 하면서 참 슬플 때가 많았다.
장수가 축복이 아니고 고통과 저주가 되는 듯한 모습들을 많이 보면서 솔직히 많이 무서웠었다.
백 세 시대   백이십 시대라고 쉽게 말하지만  오래 사는 것만이 어찌 축복일 수 있으랴?

병든 몸과 정신으로 사회의 짐 덩어리로 남는다면 그것은 자손이나 후손들의 재앙 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숲속의 거목도 병들면 스스로 쓰러지고 코끼리도 죽을 장소를 찾아가 목숨을 홀로 거둔다고 한다. 오직 인간만이 다른 인간에게 폐를 끼치며 죽을 때까지 목숨을 이어간다.

아이들의 웃음과 젊은이들의 함성이 점점 귀해지고 노인들의 백발만이 휘날리는 사회... 생각만 해도 등골에 소름이 돋는다.
장수가 진정한 축복이 되려면 나만의 복이 아니고 이 사회 모두의 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바른 정신과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면서 나를
이 사회의 일원으로 죽을 때까지 유지하는 것.

일가 오라버니의 어머니처럼 97세의 연세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걷고 웃고 선한 덕담을 나누며 사는 삶이 바로 장수의 축복이다.
그런 어르신을 보며 젊은이들은 하나라도 배우게 되고 나처럼 건강이 고장 난 사람은 앞으로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을 다짐하게 된다.
오래 살기 위한 건강이 아니라 살아있는 날들의 존엄을 위한 위한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된다는 뜻이다.
인간으로 끝까지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며 살아가야겠다. 


권영심 작가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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