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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개혁은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 윤석규 전 국민의정부 청와대행정관
  • 승인 2019.11.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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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에는 늘 기득권 세력의 완강한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은 저항을 피하거나 제압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YS의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이 좋은 본보기다.

속도전은 일단 밀어붙인 후 개혁의 성과를 체감한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는 방식이다. YS의 개혁은 다행히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갈수록 이런 방식,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깜짝 쇼 방식의 개혁은 추진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입법사안인 경우에는 더더구나 어렵다.

더 정공법에 가까운 개혁 전략은 뚜렷한 명분과 더불어 개혁에 동의하는 폭넓은 원군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해관계의 대립은 양자 사이가 아니라 다수 간에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다. 기득권자도 대부분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 모든 기득권 세력을 무차별적으로 개혁 대상화하면 그들이 단합해 저항이 더 커진다. 따라서 개혁 대상을 좁혀야 한다. '제국주의의 약한 고리'라는 말처럼 기득권 세력의 약한 고리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직접 개혁 대상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동조자 내지는 방관자로 만들 수 있다.

국민의 정부는 쉽지 않았지만 어쨌든 의약분업을 이루어냈다. 의약분업은 의사, 약사, 종합병원, 의료법인, 개업의, 보건의료 시민단체 등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연결되어 있는 복잡한 개혁과제였다. 가장 저항이 심한 개업의에 집중하고, 약사와 나머지 의료관계자들을 느슨한 원군으로 확보해 성공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국민의 정부 교육개혁은 실망스러웠다. 교육은 보건의료 분야 이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다. 사학, 교사, 교육부 및 교육청 관료, 교육산업 종사자, 학부모 등. 엉뚱하게 교원 정년 문제를 꺼내 교사를 일차 타깃으로 삼았다.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동조도 없었다. 사학을 개혁의 일차 대상으로 삼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나 정부가 주도한 개혁은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부동산 정책은 사고가 터진 후 뒷수습 성격이 강했고, 나머지는 맨날 로드맵만 만들다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다. 다만 국회에서 집권당이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하다가 미완성으로 끝난 것은 전형적인 개혁 전략의 실패로 평가할 수 있다.

원내 다수당인 집권당이 자신의 개혁성을 과시할 요량으로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 등 4개 법률의 폐지 및 개정안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홍보하는 바람에 야당, 안보상업주의세력, 사학재단, 사학재단을 운영하는 교회, 보수언론이 똘똘 뭉쳐 저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당시 원내기획실장으로 그런 엉터리 전략에 일조한 무지와 무능을 반성한다.

임기의 반이 지난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스타일로 보자면 DJ보다 YS에 가깝다. 임기초 몇 가지 사안을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비정규직 철폐(축소)를 선언했다. 하지만 YS가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이 지금까지 높은 평가를 받는 것과 달리 많은 저항과 비판을 받고 있다. YS의 개혁은 대상이 소수이고, 비교적 문제가 단순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최저임금은 자영업자를 비롯 이해관계자가 많고 복잡하다. 비정규직 철폐는 대기업과 공기업의 노동유연성 조정과 연동되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또 노동유연성 제고는 사회안전망 강화와 연결되어 있다. 이 세상에 단순한 건 없다.) 두 가지 점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부족했다. (그 밖에도 탈원전, 지소미아 폐기, 정시확대 등 국민 일부는 환호했지만 다른 일부는 우려하는 일들이 계속되었다.)

검찰개혁은 재앙에 가깝다. 국민의 삶과 밀접한 문제도 아닌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고, 그 과정에서 도덕적 우위를 상실했고, 그나마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

개혁은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복수의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정교한 설계와 전략 없이 덤볐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이번 실패 때문에 개혁 불가론이나 개혁 무용론이라는 냉소주의에 빠지지 않고, 우리 사회가 함께 배우고 조금씩 전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윤석규 전 국민의정부 청와대행정관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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