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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설선당(說禪堂) 편액을 보면서
  • 박혜범 섬진강정신문화원장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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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은 말로 설(說)하여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禪)은 말로 배워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禪)은 열심히 면벽을 한다고
저절로 알아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선(禪)은 늘 있는 그 마음
평상의 마음을 깨달아 아는 것이다.

엊그제 11일 게재한 지리산 천은사 일주문 사진을 보고 전화를 한 지인이, 가끔 혼자서 찾아가는 마음의 쉼터라 하기에, 가면 뭘 보고 뭘 하느냐고 물었더니, 법당에 들어가서 기도하고 온다는, 뭐 대충 그렇고 그런 통속적인 대답이다.

한마디로 마음의 쉼터라는 천은사에 가면, 법당의 부처와 스님들만 눈에 들 뿐, 즉 스스로 만들어버린 불교라는 종교적 틀에 갇혀서 천은사를 찾을 뿐, 천은사의 진면목을 보고 듣고 온몸으로 느끼면서, 스스로 깨달으며 삶의 에너지를 새롭게 충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그건 마음의 욕심을 채우려고 가는 거지, 지친 마음을 쉬려고 가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마음 편하자고 찾아가는 것이 천은사라면, 법당의 부처와 스님들은 그대가 오든 가든 무심이니, 그대도 엄숙해야 한다는 불편한 생각들을 버리고, 깊은 골짜기를 거슬러가는 바람처럼 지리산을 넘어오는 구름처럼, 그렇게 무심으로 찾아가서 무심으로 보라고 말해주었다.

천은사에 가면 법당에 들어가서, 금빛 미소를 짓고 있는 불상을 향하여, 이런저런 욕심들을 잔뜩 쏟아놓고 소원이라고 말하며, 모두 다 이루어 달라고 보채기만 하지 말고, 그동안 잘 계셨느냐고 안부도 묻고, 가끔 아주 가끔 사는 일들이 외롭고 힘이 들 때면 보고 싶었다며 윙크도 해보라고 하였더니 한숨만 내쉰다.

그러면 두려웠던 마음들이 편안해지고, 그동안 보지 못하고 보이지 않았던, 모든 실상이 한 폭의 그림처럼 그대로 드러나 훤히 보이고, 아름다운 풍경들은 물론이거니와 숲을 지나온 향기로운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내 말의 의미를 알아듣지를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다.

 

박혜범 섬진강정신문화원장 칼럼니스트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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