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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사랑의 오딧세이, 영화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
  • 김낙훈 편집국장
  • 승인 2019.11.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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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의 영화세상]=영화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은 2003년에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애절하고 진실한 사랑을 다루었던 작가 '찰스 프라지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연출은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앤서니 밍겔라 감독이, 출연은 주드 로, 니콜 키드먼, 그리고 개성만점 르네 젤위거 등이 나와 거의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또한 영화에서 '루비'역으로 열연한 르네 젤위거는 2004년 76회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 영화는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운명적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연인이 험난한 오디세이적 여정을 펼치면서 시작된다. 

 또한 영화에서는 남부연합군으로 참전하게 된 인먼(주드 로 분)
과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에이다(니콜 키드먼 분), 두 남녀 주인공이 다시 만나기까지의 긴 여정에서 각각 만나고 겪는 여러 인간 군상의 캐릭터와 사연도 다루어 마치 대하소설처럼 전개된다.

 영화는 미국 남부 미인의 전형인 에이다가 아버지 먼로 목사(도널드 서덜랜드 분)와 함께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한적한 마을 콜드 마운틴에 정착하면서 시작된다.
 여기에서 에이다는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는데, 그것은 마을의 조용하고 성실한 청년 인먼이었다.
 전쟁이 난다는 소문이 자자한 가운데 두 사람은 만남의 기회는 아주 적었지만 서로 사랑에 빠진다.
 마침내 인먼은 전쟁터에 나가게 되는데, 떠나기 전에 두 사람은 처음으로 사랑의 키스를 나누게 된다.
 인먼이 떠난 후 에이다는 아버지인 먼로 목사에게 그동안 인먼과 나눈 말을 글자 수로 세어봤는데 얼마 안 됐다 하며 더 많이 만나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고 한다. 그때 먼로 목사는 "난 네 엄마를 결혼 22개월 만에 잃었지만, 그 정도면 평생을 버텨지더구나 말하며, "사랑하는 것은 얼마나 많이 만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사랑했느냐."가 중요하다는 감동의 메시지를 딸에게 남긴다.
 이 시점에서 영화의 스토리는 인먼의 삶과 에이다의 삶이란 두 줄기로 나누어 흘러간다. 그리고 종반부에는 두 사람이 만나면서 합쳐진다. 

 한편 인먼은 1864년 피터스버그 포위 작전에 참전한다. 그러나 인먼은 전투 중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군병원으로 옮겨지며, 거기서 끔찍하고 파괴적인 전쟁에 점점 반감과 회의감을 느끼고, 자신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동료 부상병들과 함께 치료를 받는다. 
 인먼은 부상이 회복될 무렵, 에이다로부터 콜드 마운틴으로 돌아오라고 애원하는 편지를 받고, 그는 전쟁터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인먼은 군대를 탈영하기로 결심하고 그날 밤 병원을 탈출해 고향을 향해 떠난다.
 

하지만 오직 에이다를 만나려는 인먼의 귀향 여정은 엄청난 위험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극심한 날씨, 굶주림 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고, 탈영병들을 체포하려는 남부연합군과 지방 의용군의 끊임없는 위협과도 마주쳤다.
그리고 부도덕한 목사, 지역 주민, 남편의 전사로 홀로된 미망인, 양치기 노파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전쟁의 아픔을 함께 겪는다.
 만났던 사람들 중에는 몇몇은 신뢰할 수 없는 반면, 몇몇은 아주 호의적인 사람들이었다.
 이들 중에서 지역 주민 같은 이는 인먼이 도움을 주었지만 도리어 탈영병이라고 신고하여 인먼이 남부연합군에 체포되어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가게 한다. 반면에 어느 마을의 양치기 노파는 죽음 직전에 기적같이 탈출한 인먼을 치료하고 보살펴 살아나게 한다.

 콜드 마운틴에 남아 인먼을 기다리는 에이다의 삶도 무척 고통스러웠다. 아버지인 먼로 목사가 죽고 난 다음, 에이다는 절망적이고 궁핍한 삶을 살고 있었으며 그녀는 전쟁으로 파괴된 남부의 악조건 속에서 농장에 숨어 지냈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찾아온 떠돌이 산골처녀 루비(르네 젤위거 분)에게 도움을 받으며 농장 일을 배우고 서서히 고난을 이겨낸다.


 그런데 잡초처럼 살아온 루비는 그녀와 헤어진 엉터리 같은 탈영병 아버지 스톱로드(브렌던 글리슨 분)와 우연히 다시 만나는데, 이는 농장에 엄청난 불행을 가져올 사건을 불러온다.

 루비의 아버지 스톱로드는 마을에서 악행을 일삼고 끝없이 에이다와 농장을 탐내며 감시하고 있었던 의용군 대장 티그(레이 윈스턴 분)의 감시망에 걸려든다.  스톱로드 일행은 불을 피워 얼어 죽은 돼지고기를 바베큐하던 중, 눈에 찍힌 발자국을 따라 뒤를 밟고 온 티그의 의용군에게 일행 중에 지능이 모자라는 젊은이의 눈치 없는 실토로, 스톱로드는 총을 맞고 부상을 당하고 그 젊은이는 죽고 만다. 그 결과로 루비와 에이다가 함께 탈영병을 도와준 혐의를 받게 된다.

 ​그때 남부연합군을 탈영한 인먼이 수천 리를 걸어서 아메리카 원주민인 체로키족이 살았던 곳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에이다와 루비는 루비의 아버지 스톱로드와 동행하던 조지아(잭 화이트 분)가 티그의 의용군에게 총상을 입은 스톱로드가 있는 곳을 알려줘서 찾아와 그를 치료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잠시 엽총으로 칠면조를 사냥하는 에이다의 근처에 인먼이 오지만, 인먼을 부랑배로 착각한 에이다는 엽총으로 위협하며 쫓으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돌아서는 인먼을 알아본 에이다는 그를 부르고 감격적인 재회를 한다. 
 다시 만난 인먼과 에이다는 서로 상대방도 자신처럼 날마다 그리워하며 사랑을 키워왔는지, 그리고 함께 인생을 살아가도 괜찮은 관계인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체로키족이 살던 곳에서 단둘이 "결혼 하겠습니다."를 세 번 교환하며 결혼식을 올리고 첫날밤을 같이 보낸다.

 인먼과 에이다의 관계를 알게 된 루비는 에이다와 농장을 함께 하려던 자신의 꿈이 깨어지는 듯해서 갈등도 잠시 보이지만, 인먼은 그런 루비를 함께 농장을 꾸며 가자고 설득한다. 그동안 총상을 입은 스톱로드도 어느정도 회복이 되었고 해서, 탈영병 신분인 인먼은 밤에 몰래 농장으로 오는 것으로 하고 에이다, 루비 등이 먼저 돌아간다.

그러나 에이다와 루비가 농장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의용대장 티그는 대원들을 데리고 스톱로드 일행이 입고 있었던 옷이 에이다 아버지인 먼로 목사의 것이고 루비가 짠 옷감이란 것을 알고 탈영병을 도와준 혐의로 그녀들을 체포하려고 한다. 그때 스톱로드는 딸 루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며 말을 타고 달려와 주위를 분산시키고 에이다와 루비를 도망가게 한다. 그 와중에 인먼도 나타나  에이다, 루비, 그리고 스톱로드와 함께 티그의 의용군 일행들을 사살한다. 의용군 일행 중 한 명은 살아서 산으로 말을 타고 도망가고, 인먼은 그를 추격하여 숲에서 함께 총을 뽑지만, 둘 다 총상을 입는다.

 

불길한 생각이 든 에이다는 인먼을 소리쳐 부르며 산으로 뛰어 올라간다. 결국 에이다는 총상을 입은 인먼이 내려오는 것을 본다. 그리고 인먼이 말에서 떨어지고  숨을 거두자 그녀는 한없은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은 비극적으로 콜드 마운틴이라는 마을의 산속 깊은 협곡, 그 하얀 눈 위에서 인먼의 붉은 피와 함께 점점 작아지며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 뒤 마을에 돌아온 에이다와 루비는 루비의 남편이 된 조지아, 스톱로드 등이 어우러져 농장을 살리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공교롭게도 에이다의 아버지 먼로 목사는 에이다를 낳은 아내와 22개월을 살았지만, 평생을 그 사랑만 간직하며 에이다를 곱게 키우면서 홀아비 목사로 살았는데, 이번에는 에이다가 아직도 마음속에 돌아오고 있는 인먼만을 기다리며, 체로키 부족의 마을에서 인먼과 하룻밤을 보낸 연유로 생긴 유복녀인 딸을 기르며 살아간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은 농장을 함께 운영하는 에이다와 유복녀인 딸, 그리고 루비와 남편 조지아, 루비의 아버지 스톱로드 등이 부활절을 맞이하는 것으로 끝난다.
 한편 에이다는 아버지인 먼로 목사가 하였던 것처럼 인먼을 그리며 이렇게 말한다.
 "부활절을 맞아 세상은 생명이 충만합니다. 그리고 나의 영원한 사랑 인먼, 당신의 발걸음이 새로운 감회로 지금도 나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남북전쟁의 격랑 속에서 운명적으로 만나 순수한 사랑을 불태우면서 평화를 갈구한 연인들의 이야기이다.
 당시의 미국 사람들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들이밀었고, 사랑하는 연인들은 고통스러운 이별을 해야 했다. 이 야만적인 전쟁은 극단으로 달렸고, 참전 군인들, 그 가족들, 그리고 모든 미국인들에게 생존의 문제는 불확실했고, 그 고통과 위험은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영화 속의 배경인 미국 남북전쟁은 우리나라의 6.25와 무척이나 오버랩 된다. 영화에서 의용군의 일종으로 '홈 가드(Home Guard)'라 하는  마을의 자경단은 마을 사람에게 약탈과 강간을 일삼고, 어처구니없는 반역죄로 사람을 몰아 총살시켜버리는 만행을 반복한다.  이는 최소한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았다. 미국 남북전쟁이 90여 년이 지난 우리나라의 6.25에서도 남과 북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일들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터지면 적어도 군인은 자신을 지킬 무기가 주어지지만, 민간인들은 오히려 이리저리 내몰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싸움을 지속하기 위해 국가는 군인들에게 식료품 등의 물자를 제공하지만, 민간인들은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죄 없는 민간인인 것이다.


따라서 전쟁은 참전한 이들의 허망한 죽음과 함께 남겨진 이들에게도 형벌 같은 삶으로 또 다른 전쟁을 겪게 만든다. 
 이 점에서 영화에서 루비가 한 대사는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이 모든 어려움이 허튼짓하는 남자들 때문이야!
자기들이 비가 오게 해놓고 '젠장, 비가 오네..'라고 하는 꼴이잖아!"
 하여간 우습게도 역사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되풀이되어 왔다고 볼 수 있고, 일을 저지르는 사람과 수습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는 같다.
 작금에도 지구상에는 '일 저지르는 소수' 때문에 '고통받는 다수'가 굉장히 많다.

                 


김낙훈 편집국장  dnhk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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