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12.7 토 15:24
상단여백
HOME 사회 안보
트럼프는 날강도인가?
  • 심춘보 논설위원
  • 승인 2019.11.17 12:44
  • 댓글 0

“남조선 당국이 상전을 하내비(할아버지)처럼 여기며 인민의 혈세를 더 많이 섬겨 바칠수록 미국의 전횡은 날로 더욱 우심해질 것이며 식민지 노예의 올가미는 더 바싹 조여지게 될 뿐이다. 무도하기 짝이 없는 날강도적 요구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미국이 대한민국에 5조 원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했다는 사실에 대한 논평이다.

물론 북한이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우리를 역성들어주는 논평은 아니다. 미국이 5조나 10조를 요구했다고 해서 북한이 간섭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미국을 ‘날강도’라고, 한국을 ‘노예’라고 주장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물론 북한의 논평은 항상 자극적 표현이 주류를 이루지만 미국이 우리에게 5조원의 방위비를 요구한 것은 북한의 주장처럼 날강도 짓이고 그것을 요구한 대로 들어준다면 우리는 노예임이 분명하다.

5조는 2020년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50조 예산의 10%에 상당하는 액수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한다면 연봉5000만원의 용병을 쓴다면 10만 명을 쓸 수 있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이 요구한 5조원이 순수하게 우리 안보에만 사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에게 받아서 다른 주둔지 국가의 예산에 사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재정과도 연관되어 있다. 시쳇말로 한국에서 삥 뜯어 다른데 사용하겠다는 것.

미국의 과도한 주둔비 요구에 주한미군 철수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트럼프의 공갈에 맞대응으로 “갈 테면 가라”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47명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압박에 정부가 굴복하지 말기를 결의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갈테면 가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가고 싶다면 보내주자는 것이다.

장사꾼 피가 흐르는 트럼프가 5조원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협상의 전략일 것이다. 협상이라는 것이 자신의 요구를 최대치로 올려놓고 깎아주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닌가? 미국 내 여론도 부정적이다.

한미 공동의 적인 북한에 대한 방어에 있어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몫은 있다. 주한미군이라는 것이 우리만 좋자고 주둔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목적이야 어떻든 우리 안보에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 또한 과도한 것임도 분명하다. 주한미국이 주둔함에 있어 우리만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태평양지역 평화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엄청난 무기를 팔아먹고 있다. 미국은 결코 자국의 이익과 결부되지 않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가 일부 조정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5조원이 아니더라도 트럼프 같은 인식을 갖고 있는 미국 지도자라면 5조원이 10조원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따라서 우리의 결연한 자세도 요구된다.

한미동맹, 중요하다. 안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을 미끼로 우리에게 지나치게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사진:TV조선 화면 캡처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자주국방 차원에서 보면 할만한 주장일 수도 있다.

2017년 제 몫의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독일 메르켈 총리는 “우리의 미래와 유럽인의 운명은 우리 힘으로 지켜야 한다”라고 응수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이웃나라에 안보를 구걸하는 것은 자주국으로서의 체면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능력을 믿지 못하고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자세야말로 북한의 주장처럼 스스로 노예가 되고자 함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엘프리드 맥코이’는 자신의 저서 <대전환>에서 제국(미국)은 2030 안에 몰락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 미국이 몰락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는 여러 가지 분석을 통해 군사, 경제적인 면에서 2030년쯤 중국에 G1 자리를  내줄 것이라 했고,  20년 뒤에는 인도에게조차 밀린다고 진단했다.

우리가 미국을 어찌 바라봐야 하는가 참고할만한 주장이다.  

'맥코이'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은 향후 우리에게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트럼프는 나토 정상회담에서도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려고 한다는 소식이다. 세계 곳곳 700여개의 군사기지를 운용하는데 한계에 봉착 한 모양이다.  트럼프의 과도한 요구 배경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지만 우리도 영향을 받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줄 수는 없다. 우리가 미군 철수를 요구한다고 해서 미국은 결코 철수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설령 철수나 감축을 감행한다 하더라도 결연한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압박에 굴복하는 것이야말로 속국임을 자임하는 꼴이다.

철없는 소리라고 비난할 수도 있으나 언제까지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액면 그대로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럴 때 우리 시민이 나서야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협상을 이어나가야 하지만 우리 국민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들어 줄 수 없다는 결연한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익 앞에는 진영논리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는 그랬다. 자신은 미국의 대통령이지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세계 경찰국가의 지위를 내려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장사에는 상도의라는 게 있다.  수 십 년 거래관계를 유지해 오다 납품가를 갑자기 5배를 올리는 것은 거래를 하지 말자는 얘기다.  그걸 우리는 날강도라고 한다.

 

 

심춘보 논설위원  a25750@naver.com

<저작권자 © 다산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