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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버스를 탄다.
  • 박철민 작가
  • 승인 2019.11.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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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 자가용은 크다. 작은 차가 없어 큰 차를 탄다. 버스다. 사람들은 이 물건에 대중교통수단이라는 명사를 부여했다. 그렇다. 나는 소수의 엘리트 무리들이 모여 집단 카르텔을 이루고 세상을 갉아먹는 少衆이 아니고, 국민 절대다수의 무지 많은 수임에도 불구하고 少衆들에 의해 쥐어짜이며 피를 내어주는 大衆이다.

어제도 나는 버스를 탔고 오늘도 나는 버스를 탔으며 내일도 나는 버스를 타고 있을 거다. 물론 전철이나 지하철도 탄다. 나는 돈을 못 번다. 뭐 다른 이유는 없다. 능력도 모자라고 융통성도 없다. 그렇다면 어느 한 편에라도 확실히 서서 대가리를 조아리고 ‘녜녜! 하며, 그저 목숨만’ 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것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산다. 다행히 84년 가을의 끝머리에 용문산에서 만나 90년에 살까? 하며 합친 분이, 인정이 그닥 모질지 않으시어, 혼자 살아온 나날보다 같이 살아가는 날을 늘리며 산다. 언제 죽을지는 모른다. 태어나 세 번 정도 크게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한동안은 살 것이다. 사실 죽음 직전까지 몇 번 가봐서인지 죽는 것에 그리 연연하지 않고 별로 두렵지도 않다.

다만 나도 사람인지라 자다가 죽는다든가, 그리 오래 아프지 않고 죽는다든가, 너무 오래 살 것 같으면 연변작가이자 마지막 조선의용대 분대장이었던 김학철 옹처럼 곡기를 끊고 죽을 것이다. 막상 죽을 때가 되면 살고 싶다고 소리소리 지르다 추하게 죽을지는 모르지만, 뭐 지금까지의 마음가짐이 그렇다는 말이다.

별 욕심도 없다. 내 주요 연고지는 인천과 김포인데 능력 없고 연줄 없는 書生을 불러줄 리도 없고, 딱히 할 일도 마뜩지 않아 그냥 일산에서 전세를 산다. 전세자금은 그리 많지 않은데, 돌아가신 부모님이 아주 쬐끔 남겨주고 가셨고(두 분은 평생 내게 해주기만 하셨는데 가실 때도 전세금의 일부를 남겨주셨다. 恨스럽다.) 같이 사는 분이 한 달에 백만 원씩 버셔서 그 돈으로 생활비를 쓰시고도 30만 원씩 남기셔서 살았다.

나는 주로 놀았다. 한때가 없었던 사람이 있겠는가? 나도 아주 오래전 한때는 조금 나갔지만 그때 맨날 술만 먹고 다 썼다. 그래서 나는 죄인이며 사회의 부랑아다. 그래도 노후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같이 사는 분이나 나나 고대광실은 언감생심 별 욕심 없고, 늙어 사람들이 별 가지 않는 곳에 가 땅 쪼끔 사서 컨테이너 놓고, 도시농부하며 배운 농법으로 밭 갈며 살다 보면 최소한의 살림살이로 될 거다.

지금도 도시에서 최고의 빈부로 산다. 살만하다. 별로 뭐가 되고 싶은 것이 없으니 부지런히 타인들을 만날 이유도 없다. 예전에는? 무지 만났다. 그리고 무지 발발대고 다녔다. 그때는 욕망의 언덕이었냐고?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義慾(?)은 넘쳤으나 사람들을 밟고 올라가 무엇이 되고 재물을 과다하게 추구하고 싶다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으니까.

하루에 한두 끼면 산다. 물이 있으면 버틴다. 밥을 사면 고맙고 술을 사주면 무지 감사하다. 맨날 얻어먹기만 하냐고? 나는 세상을 다스리는 어느 인간들처럼 양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가끔 무슨 무슨 건으로 강의費(최근에도 고마운 시장쟁이 후배가 시장 강의를 마련해 주었다. (좋은 친구. 넌 福 받을 겨!) 또는 작가료가 발생할 때면(사실 별로 없다), 나는 아낌없이 산다. 그리고 나와의 만남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이 계시면 만나지 않는다. 그분이 싫어서가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그분의 고충을 진정 헤아려서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이따위 내 사정 얘기는 아닌데, 아주 미안하게 됐다. 나는 오늘 도서관을 가기 위하여 버스를 타다가 삑 소리를 들었다. 버스 카드에 잔금이 모자라서다. 다행히 버스기사님이 용서(?)해 주셔서 승차할 수 있었는데, 마침 승차하면서 버스카드 단말기에 표시되는 버스비를 보게 된 것이다. 9월인가에 일률적으로 대중교통수단의 비용이 오른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구나, 또 오르는구나. 제길!’ 하기만 했지 이렇게나 많이 오른 줄은 몰랐다.

1,050원 하던 마을버스의 요금이 무려 1,300원이 되어 있는 거였다. 현금 승차는 더 올라 1,350원. 이거 도대체 몇 %나 오른 거야? 나는 일주일에 평균 30번 정도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한 달이면 120회를 넘게 타니까, 평균 200원씩 인상되었다 가정하면 무려 24,000원. 가끔 택시를 타니까 그것까지 환산하면 한 달에 대충 요금으로 만 최소 7만 원 가까이는 더 지출한다는 얘기다. 뭐? 그게 어때서 하는 사람들은 부르주아다. 최소한 연봉 5,000은 넘는 분들이거나.

썩을 것! 모든 물가가 다, 아주 죄다 오른다. 그래! 올려라 올려. 그리고 아주 쬐끔씩 선심을 쓰면서 생색을 낸다.(노인연금 조금씩 올리기, 말도 안 되는 청년수당 등등) 얼마 전에는 내가 다니는 도서관 앞에 있던 착한음식점 중국집의 짜장면 값이 3,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랐으며, 기사식당의 밥값이 5,0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랐다. 편의점 도시락도 먹을 만한 것이 최소 4,500원이고 제일 싼 설렁탕이 최소 8,000원이다. 웃기지 않는가? 나 같은 도시빈민은 이제 나다니기도 어렵고 나가서 무엇을 먹기는 더욱 괴롭다. 그런대도 이놈의 정부는 경제가 좋다고 한다. 하긴 정부는 다 그런 거다. 이놈의 정부뿐만 아니라 지난 놈의 정부도, 딴 나라 딴 놈의 정부도, 정부라면 다 그렇게 말한다.

솔직해지자. 지금 우리는 헌정 최초의 희한한 정부를 살고 있다. 한때 민주화 투사들이 지금은 소고기 독점하며 무말랭이도 없어서 못 뜯는(?) 인민들을 위해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 주겠다면서 가뜩이나 어지럽던 사회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몰고 갔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소고기국에 양주 말아 쳐드시고 있다. ‘나는 꼼수다.’로 명박이를 희화화한 삼마이(얘들은 사실 나보다 더 삼마이다)들인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같은 막말공화국 아이들이 사회의 주류가 됐고, 그들의 비언어놀음에 희희덕거리는 비상식의 무절제한 나라가 됐다. 대통령은? 직접 거론 않겠다. 당신 스스로가 잘 아실 테니까. 아니던가?

도처에 ‘역아개방수초’ ‘임사홍, 김안로’보다 더한 간신모리배(꼭 누군지 써놔야 알겠나?)가 드글드글거리고 있으며, 이미 귀족화한 중⦁대기업 근로자들의 횡포는 극에 달했다. 욕망의 넘쳐나는 그늘로 이미 없어져야 하는 정당이나 그 정당의 못난 위정자들도 자신들의 무능력을 매일 같이 드러내면서도 자기들만 살겠다고 기득권에 목숨 내 걸고 있다. 하다 하다 포장지 줍는 분들도 차이가 있다. 트럭 몰고 다니며 독점하는 할배들 때문에 리어카 끌고 줍는 할매들은 하루에 오천 원도 못 번다. 그 사이 나 같은 도시빈민이나 농어촌 빈민들은 이와 같이 대중교통비도 비상이다. 이제 웬만한 거리는 무조건 걸어 다닌다.

아무리 진보집권플랜으로 지금의 왕을 창출한 공신이어도, 차기 왕의 자질이 있을 정도로 총명하고 잘 생겼어도(?) 대한민국 건국 최대의 위선자이자 금융 교란범이자, 신성한 교육제도의 위반자이자 악용 자임이 분명해지는데도, 반성할 줄 모르고 정경심 같은 강남 갑질 아줌마의 일족인 그의 가족들은 하나같이 뻔뻔과 위선으로 외피를 감싸고, 감히 검찰에 출석해서도 감히 대통령도 피해 가지 못한 특권을 자행하는데,

모든 국민이 비난하기는커녕 위정자들부터 감싸고 아부하고 맹목적으로 조국수호 부대가 동원대는 이 현상은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한다는 말인가? 안기부의 힘이 빠진 이후부터 대한민국 검찰의 무소불위와 오만은 누구나 알고 그것은 당연히 현실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조국이라는 이 나라의 모든 욕망의 바로미터에게 먼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궁금하지도 않고 그냥 정당한가? 지금 검찰이 보이는 조국 일가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조사행위가? 추종자 그대들에게는 기가 찬 이런 모습이 분노할 일이 아니라 부러운 일인가?

나는 보수가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진보적인 사람이다. 1956년 태동했던 진보당의 혁명적인 강령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가치의 정점인 중용中庸의 시각을 언제나 견지하고 산다. 그래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어느 분들과의 사귐도 마다하지 않고 옳은 길이라면 같이 간다. 그러나 틀렸다. 정당의 본질이 바른 위정을 위한 기틀로서의 마중물이 되어야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정권 탈취로 얻는 전리품인 “이 기회에 나와 내 가족 소고기 먹기”에만 있는 지금과 같은 이 나라 정당들의 행태는 분명 틀렸다. 그래서 나는 지지할 수 없다.

내년이 총선이다. 잘 들으라. 만약 지금 내년 총선을 겨냥하는 정치신인들이 있다면 그 좋다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어서 누릴 특권 때문이거나, 본인이 하는 일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거나, 사회의 주류로의 편입이나 물질적 욕망을 위한 출사표라면 지금 당장 찢어버리라. 세상에 몇 천 명 되는 인원이 돔형의 궁궐 같은 아방궁에서 한 해에 5천억 가까이 쓰며 나라를 위한 유익한 일을 하나도 할 줄 모르는 그런 곳이 왜 필요한가? 오해하지 마라. 내가 삼권분립의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에서 국회가 하는 일을 모르거나 또 그것의 중차대한 것(정부예산 심사, 행정부 감시 견제, 민의 전달, 대통령 통제 등)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대들에게 양심이 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냉정히 생각해보라. 그대들이 편으로 갈려 중심을 잃고 자기 자신과 가정을 돌보지 않으며 나대는 사이, 우리들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공허와 허탈은 하늘로 향했고, 연 2,000만 원 미만의 근로자들이나 그런 자리도 없어 무직인 5,00만의 장⦁노년층은 숨만 쉬며 산다. 정부가 일자리 대책으로 대통령 직속기구까지 설치하시고 몇 백 조를 쏟아부었다는데 그 돈은 다 어디 갔나? <그런 일자리 조성하신다고 설치신 대학교수님들이나 전문가분들 소고기 드시는 자리로 갔거나 호주머니로 들어갔겠지.>

내 개인 자가용은 컸다. 덩치 큰 버스였으니까. 그러나 이제 내 개인 자가용은 한없이 작아졌다. 내가 타고 있는 자전거와 신고 있는 신발로 부피가 작아졌으니까. 그러나 나는 괜찮다. 5,00만 원짜리 호텔 룸에서 자는 잠이나 3만 원짜리 여관에서 자는 잠이 다르지 않고, 맛은 몰라도 15,000원짜리 몇 젓가락 안 되는 짜장면보다 종로 송해거리에 있는 2,000원짜리 짜장면의 양이 훨씬 많아 배가 부르듯이, 용렬한 특권층의 하루와 나의 하루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좋은 것이라고 많이 먹다 보면 당뇨 걸린다.

오늘 나는 버스를 타면서 본능적으로 얄팍한 지갑에 손을 댄다. 그러다 생각한다. 한 번도 두둑해 본 적이 없는 지갑에게는 미안하지만 대신 비겁하지 않은 내 손에게는 감사하겠다고. 그리고 부족한 버스카드의 용량에도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신 버스기사분에게 공손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내린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당신 같은 분들이 있어 그나마 살만한 세상입니다. 좋은 날, 신세한탄 한 것 같아 무지 죄스럽지만 뭐 할 말이 아닌 것도 아니다.

 

박철민 작가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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