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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제를 원하는가, 밥그릇을 원하는가?
  • 심춘보 논설위원
  • 승인 2019.12.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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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청군 없으면 무슨 재미로, 해가 떠도 청군, 달이 떠도 청군, 청군이 최고야! 아니야, 아니야, 백군이 최고야!”

강산이 몇 번 변했어도 기억에 남아있는 운동회 응원가다.

청군을 응원하는 것 같지만 실은 백군을 위한 응원가다. 상대를 치켜세우면서 자기편을 응원해 왔다.

단견이지만 오늘날 우리 정치에서 양당제가 고착된 결정적 원인 중 하나가 청군과 백군으로 나눈 그것부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가르다 보니 이제 익숙해져 버렸다. 홍군이나 황군이 끼어들 틈이 없다.

이어령 선생의 지론을 빌리자면 서양에서는 동전 던지기로 결론을 내지만 우리를 비롯한 동양의 가위바위보는 서로가 서로를 물면서 순환한다.

절대 어떤 하나가 유일한 승자가 될 수 없는 이치다.

우리 정치가 오늘 이처럼 극단적으로 치닫는 이유도 가위바위 보가 아닌 동전 그리고 청군 백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둘 중 하나가 이 나라를 지배해 왔다.

하지만 이제 둘 중 하나가 적군이 되는 현실을 타파할 때다. ‘all or nothing’ 이 아닌 ‘win-win’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청군과 백군, 동전만으로 결정하는 시대가 아닌 가위바위 보가 필요한 때다.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필요하듯. 내가 다당제를 주장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선거법 개정으로 국회가 공전 중이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보자기에 싸여있는 민생법안은 풀어볼 생각이나 의지가 없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둘 중 하나라는 생각에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얌전하다. 소위 말하는 뭣이 중한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현재로서는 여야4당이 원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양당제를 타파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제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반드시 그렇게만 보지 않는다. 다당제라는 명제보다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있다. 연동형이나 준연동형에 대한 상식도 부족하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준연동형제도의 의석 수를 배분하는 방식의 이해가 일반인들에게는 불가능한 것도 있지만 여의도라는 동네 자체에 대한 불신이 더 큰 문제다.

그럼에도 투표를 하는 이유는 우리를 경멸하는 사람보다 우리가 경멸하는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 그나마 낫다는 이유 하나뿐이다.

청군과 백군 그리고 동전 던지기에 익숙한 보수정당은 대표가 단식까지 하면서 결사반대하고 있다. 게임의 룰을 정하는데 있어 제1야당을 제쳐놓고 선거법을 개정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의석 수를 늘리자니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어찌해서 본 회의에 상정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다. 간당간당한 과반수 확보에, 자신의 밥그릇이 날아가게 생긴 마당에 찬성표를 던질만한 ‘정치를 위해 사는 정치인’이 드물다는 것도 현실이다.

극적 타협이 없는 한 이대로 가면 결국 한바탕 소동으로 끝날 공산이 다분하다.

연동형비례대표제라고 해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동형비례제라는 것이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본의 아니게 극단적인 세력이 원내에 들어갈 수도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도 있다. 그럴 경우를 상상해보라.

난장판이 될 개연성이 상존하는 것도 간과할 일은 아니다.

따라서 기기묘묘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고집하는 것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면 최선이나 차선책은 아닐 것이다.

어차피 다음 총선에서 180석 이상을 얻는 정당은 나오지 못한다. 국회 선진화법이 계속 가동될 수밖에 없다.

한 우물만 파는 것은 고리타분한 일이다. 물이 나오지 않으면 다른 곳을 찔러봐야 한다.

국회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추고 정당 보조금 기준도 조정해야 한다. 군소 정당들은 민주당과 이 문제를 협상해야 한다고 본다.

한편 현행 제도 하에서도 다당제가 불가능 한 것도 결코 아니다.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선거법 개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고 정책 개발과 인물 영입에 박차를 가할 때다.

거대 양당의 행투에 신물이 난 국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정치에 의해서 산’ 구시대 인물들은 이제 뒷방으로 물러나고 젊은이들을 전면에 포진시키는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시대가 하루가 다르게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마당에 언제까지 상투 틀고 곰방대 들고 있는 인사들이 아랫목을 차지하고 있을 것인가? 다당제를 원한다면 그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5G 시대는 젊은이들이 열어가고 있다.

폐일언하고 지금의 선거법으로도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오늘도 TV 뉴스를 보는 손님은 그런다.

“저 죽일 놈들”

 

심춘보 논설위원  a257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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