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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등판, 지금은 때가 아니다.
  • 심춘보 논설위원
  • 승인 2019.12.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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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내가 안철수를 괴롭힌 것은 사실이지만 안철수 역시 나를 골탕골탕 먹인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구원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하지만 내 소견이 안철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간 괴롭혔던 것에 대한 보상이 될 듯싶다.  그렇다고 서로 잘해보자는 뜻은 아니다.  

혼탁한 정치판에 안철수가 들어온 것부터 잘못이었다. 그는 정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인물이라는 평은 비단 나뿐 아니라 그를 겪어본 많은 사람들의 이구동성이다.

그런 그가 일단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장고에 들어 간지 상당한 시간이 흘러간다. 아직까지 일정 부분 영향력이 있다는 이유로 그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울 지경이다.

사실 그는 대선 실패 후 바로 지금과 같은 길을 걸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안철수의 시간은 손흥민의 75미터 드리블과 같았을 것이다. 지난 일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만 지금도 늦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아직 젊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의 내분이 종착역에 가까워졌다. 그런 과정에서 양측에서는 안철수에 대한 구애가 발정 난 짐승의 그것보다 더 절실하다. 그럼에도 묵묵부답이다.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안철수 밖에 모른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안철수의 몫이다.

이런 가운데 느닷없이 유시민이 안철수를 거론했다. 요점은 지금이 그가 복귀할 시점.  

복귀 시점을 두고 언제가 적당한 시기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총선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한다. 그런 바람의 사람들에게는 유시민의 거론이 싫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당선에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라도 그가 절실할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라면 충분히 사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유시민은 다르다.

갑자기 없는 정이 생겼을 이유도 없다. 벼락을 맞은 것도 아니고 무시해왔던 종전의 생각이 갑자기 변했을 리 없다. 그의 비뚤어진 입에서 나온 소리는 다분히 복선이 깔려 있는 의도된 발언이다.

분열 조장.

민주당 당원은 아니지만 유시민은 줄곧 민주당 쪽에 섰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이 우세하지만 선거는 장담할 일이 아니다. 그도 집권 여당에 대한 민심의 척도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바닥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를 말이다.

선거는 내가 잘해서 이기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가 못해야 이긴다. 보수의 분열을 갈급하는 절대적 이유다. 안철수를 보수 혹은 제3당의 분열에 이용하려는 수작으로 읽힌다.

손학규 대표는 안철수가 돌아오면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은 물러난다고 했다. 돌아온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안철수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돌아오라고 애걸할 일이 아니다.

유시민의 말처럼 아직도 안철수 팬들이 건재하지만 팬들 말고는 안철수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더 익어야 할 시간이 남아있는 이유다.  부연하자면 부상이 완전히 치료되지 않은 선수를 팀이 어렵다고 등판시키는 것이 선수를  죽이는 것처럼 지금 등판하는 것은 안철수를 회복 불가하게 완전히 죽이는 일이다.

지금까지 안철수가 실패한 요인 중 가장 컸던 것은 조급증이었다. 조급증을 완화시켜주는 치료를 받았더라면 당 대표에 나가는 일, 바른당과의 통합으로 국민의당을 쪼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호랑이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똥 마려운 사람처럼 그는 매사 급했다. 지금쯤 안철수 자신도 간파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나오는 것은 제대로 성찰이 안 되었다는 결론일 수밖에 없다.

단언컨대 이번 총선에서는 안철수의 역할이 없다. 국민의당을 쪼갠 책임은 여전히 살아있다.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오합지졸인 제3지대가 안철수를 중심으로 규합한다는 보장도 없다. 설령 규합이 된다 하더라도 결국 또다시 고배를 마실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표를 주어봤자 또다시 분열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총선 후 대선이 임박해지면 정계개편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물론 여당이 개헌이라는 카드로 상황을 어떻게 몰고 갈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다음 대선을 겨냥한다면 그때, 다시 말해서 총선 이후가 안철수 등판 시기라고 본다. 굳이 다음 대선을 노린다면...

돌아와서도 바로 정치권에 들어가는 것은 말리고 싶다. 그가 대중에게 최고의 호감을 샀던 때는 소속이 없었을 때였다.

각설하고 안철수에게는 시간이 많아졌다.

문재인 정부가 헤맬수록 안철수에 대한 동정표는 늘어난다. 따라서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지금은 안정의 시간 축적의 시간이다.

개꼬리 3년 두어도 황모 못된다는 말도 있긴 있다만 안철수라는 상품만큼은 오래 묵힐수록 가치가 더해진다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된다.

 

 

 

 

심춘보 논설위원  a257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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