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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을 이념 전쟁으로 활용하는 나라.북한식 표현이면 종북이고, 일본식 표현이면 친일이다?
  • 심춘보 논설위원
  • 승인 2019.12.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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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국가는 여러 이념이 존재하고 상호 견제를 통해 순환되는 구조다.  우리 사회 이념의 틀에는 각자의 주장만 순수하고 최고의 개념이라는 아집으로 뭉쳐있다.  전쟁은 이념의 충돌이 빚은 참사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게 이념이다.

이념에는 수 십 가지의 소위 말하는 ‘주의’가 있다.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게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나누어졌다. 얼마 전 중도를 표방한 안철수는 ‘극중주의’ 라는 다소 생소한 ‘주의’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종교도 이념에 따라 나누어졌다. 그 많은 ‘주의’의 개념을 터득하자면 머리가 부서질 지경이다. 이놈이 저놈 같기도, 저놈이 그놈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르다. ‘주의(主義)’에 주의(注意)할 일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한 일도 많지만 할 일도 없는 것 같다.

미국의 이념이 정책적 차이라고 본다면 우리 사회의 이념은 북한이라는 나라를 두고 나누어졌다.  이념 본래의 가치는 온데간데없이 북한에 우호적이면 진보주의(좌파)고 대립적이면 보수주의(우파)다. 정책에 대한 차이 역시 친북이냐 반북이냐의 구분에 매몰되어 있을 뿐이다.

북한은 진보나 보수의 당리당략의 대상이다. 북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하는가에 따라 표가 요동을 친다.  이념의 시소에 국민이 양쪽으로 올라 타있다.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오면 왼쪽으로 쏠리고, 반대편은 쏠리지 않기 위해 쌩똥 쌀 정도로 기를 쓴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북풍’이다. 한반도의 긴장을 이용해 표를 쓸어 담자는 계략이다. 아니 음모다.

불가근불가원 북한.

우리는 일본을 가리켜 흔히 말하기를 ‘가깝고도 먼 나라’ 라고 한다. 지리적으로는 다리만 놓였다면 자전거를 타고 갈 정도로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천왕성의 거리다.

북한은 스카이콩콩을 타고 갈 정도로 일본보다 더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해왕성의 거리다. 돈만 주면 세계 어느 나라도 갈 수 있지만 북한은 돈이 있다고 아무나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최고 존엄이 문을 열어야만 그나마 일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갈 수 있다. 유일하게 돈의 위력이 발휘되지 않는 나라다. 

그렇다고 멀리할 수도 없는데 가까이 갈수록 우리 사회 내부 반발이 대단해진다. 북한의 ‘북’자만 나와도 경기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반공이나 멸공 교육의 효력도 무뎌질 때가 되었는데 수틀리면 밑도 끝도 없이 ‘빨갱이’라고 몰아붙인다. 그렇다고 북한을 멀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도 비난의 대상이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북한군의 군복 디자인이 화려하다고 친북에 경도된 정권이기 때문이라고 비아냥거린다. 북한군은 후질 구레 한 군복을 입어야 맞고, 늘 굶어 피골이 상접된 상태로 분장을 해야 옳다는 것이다. 북한군 머리에 뿔이 달려야 제대로 된 표현이라 할 듯싶다.

이제는 맞춤법을 가지고 친북 정권이라고 몰아붙이는 지경까지 오고야 말았다.

‘옳바르게.’

우리 기준의 표준어를 표기를 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다. 그러나 그것을 북한식 표기법이라면서 친북정권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소위 말하는 보수 언론과 보수층은 머리에 꽃 꽂은 여자 놀려먹듯 놀려대느라 정신이 없다.

그 글을 쓴 사람의 착오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대통령이라고 한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야단법석이다.   비판하는 사람들도 그 글을 쓴 사람처럼 그렇게 잘못 썼을 수도 있다.  '올바르게'라는 단어가 틀리기 쉬운 맞춤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sns를 보면 맞춤법이 엉망인 경우는 많다. 잠깐 한 눈 팔면 틀리기 십상인 우리말은 비단 ‘올바른’ 뿐 아니다. 명문대 국문학과 출신도 그렇고 과거 정부 고위직 인사들도, 대학교수 들의 띄어쓰기 오류는 애교다. 사자성어까지 틀리게 쓰는 경우도 있고, 일본어식 표기를 애호(?)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세종대왕이 경을 치고, 이어령 선생이 작대기들 일이다.

우리말이 쉽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어렵다. 

예를 들어보자. ‘천장’이 맞는가 ‘천정’이 맞는가? ‘초승달’인가, ‘초생달’인가? ‘닷새날’이 맞는가 ‘닷샛날’이 맞는가? 우리말 맞춤법은 누구도 장담할 일이 아니다.

물론 정부 공식 문건과 일반 시민의 메시지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라고 오타가 나오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오타를 마치 북한에 경도되어 북한식 표기가 체화된 것처럼 과대 포장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이산가족을 ‘흩어진 가족’이라고 쓰면 종북인가?

네티즌들의 틀린 맞춤법에도 북한식 표기는 많다. 일본식, 아니 일본 말 그대로 사용하는 단어 역시 많다.

sns의 틀린 맞춤법은 “알아들으면 됐지 뭐 대수냐” 식이다.  

바늘만 한 일을 몽둥이만 하게 부풀리는 것은 재미가 아니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자신은 얼마나 우리말 맞춤법을 잘 이해하고 쓰고 있는지 말이다.

이제 어디에 대놓고 빨간 똥(피똥)을 쌌다고 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빨갱이라고 몰아붙일 일이 아닌가?

빨간색을 북한(빨갱이)의 상징 색으로 취급하던 세력이 당의 상징 색을 빨간색으로 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심춘보 논설위원  a257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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