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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문제, 접근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상황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
  • 한설 예비역 준장. 순천대 초빙교수
  • 승인 2020.01.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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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에 파병키로 한 정부의 입장이 곤란해진 모양이다. 청와대에서 NSC를 긴급하게 개최했다는데 별 내용이 없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은 안보실의 책임자들의 무능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우리 정부는 미국에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겠다고 이미 사전에 동의를 한 것 같다. 그 결정은 이미 오래전 일본의 경제침략 문제로 한일관계가 복잡해질 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부의 안보라인들은 한일문제에 미국이 지원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약속했을 것이다. 기억해보면 미국이 그런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그런 약속을 한 것 같다.

그 당시 호르무즈로 해군함정을 보내는 것은 새로운 의미의 파병이므로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의 국회 파병동의안을 확대해석해서 국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호르무즈로 해군함정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해군함정을 호르무즈로 보내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중동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며 우리가 어떤 피해를 당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 하원에서도 트럼프가 이란과 전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할 정도다. 항상 미국에 머리를 조아리던 일본도 호르무즈 파병에 대해서는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따르지 않고 있다.

정부가 파병하겠다고 했던 때와 상황이 완전하게 달라졌다. 상황이 바뀌면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문제를 정부는 너무 쉽게 생각했다. 이것은 외교적 카드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및 정부 안보 부처는 그런 판단이 부족했던 것 같다. 당연히 이런 상황이 초래하게 된 담당 책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호르무즈 파병은 전쟁 혹은 준전쟁지역에 보내는 행위다. 따라서 정부가 기존의 국회동의안 해석을 확대한 것도 원천무효다. 당연히 전쟁 혹은 준전쟁 상황에 군함을 보낼 때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회가 이번 파병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정부는 그런 능력을 상실했다. 그리고 다시 번복하기도 매우 어려운 상태일 것이다.

파병해서 작전을 하는 방법과 형식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연합함대의 일원으로 우리 군함을 보내라고 한다. 그러나 만일 미국과 이란이 전쟁에 들어가게 되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이란과 전쟁을 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우리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이란과 교전당사국이 된다.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점에서는 일본의 입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군함을 파견하되 독자적인 작전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마도 일본은 이미 지금과 같은 상황을 충분하게 예측했는지도 모른다.

한국은 일본과 해상수송로의 안전에 관해서는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중동에서 동북아까지 연결되는 해상 수송로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과 같은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한일 연합함대를 편성해서 독자적으로 작전하되 미군과 협조관계를 유지하면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해상수송로 보호와 관련하여 한국과 일본 해군이 보다 긴밀하게 협력하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한국과 일본은 역내에서는 서로 반목하기도 하지만 눈을 넓게 뜨면 서로 협조할 부분은 많다. 반목할 부분은 줄여 나가고 협조할 부분은 넓혀 나가는 것이 양자에게 훨씬 유리하다. 비슷한 지정학적 여건에 처해 있으면서 서로 갈등만 할 경우 서로 손해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질 것은 따지되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일이 호르무즈 지역에서 공동 입장을 취하면 미국의 요구에 대응하기가 훨씬 용이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정부 당국자도 잘 생각하길 바란다. 다툴 때 다투더라도 힘을 합할 때는 힘을 합해야 한다.

안보정책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 국회의 개입을 피곤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국회를 개입시켜야 우리에게 손해가 없다. 국회가 제동을 거는 것을 대외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도 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은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정부 안보팀들의 무능 때문이다.

 

한설 예비역 준장. 순천대 초빙교수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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