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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답방이라...대통령 신년사에 실망하다.
  • 한설 예비역 준장. 순천대 초빙교수
  • 승인 2020.01.0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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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뒷북치는 것 같았다. 대통령이 김정은 답방과 남북협력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말을 듣고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여건이 좋을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 다시 남북협력 카드를 빼들었다. 대통령의 남북협력 메시지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가장 진정성 있는 마스크를 가진 대통령이 가장 진정성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세상사 모든 일은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무능하다고 하는 것이다. 누구나 좋은 정책을 주장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정책을 주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정책을 추진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문재인 정권은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무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만일 그것이 무능의 소치가 아니라면 교활함의 결과다.

애당초 북미회담이 시작된 것은 한국의 중재 역할 때문이 아니었다. 트럼프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고서라도 북핵문제를 당시 수준에서 동결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북미회담이 가능했을 뿐이다. 북한이 남한과 관계를 회복하려고 했던 것도 북미회담을 추진하면서 최소한으로 남북문제를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들이 열세인 재래식 군비통제 문제도 추진하고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지원도 받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남한과 우호적인 관계는 북미회담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국 2018년도 남북 간 밀월 관계는 북한과 미국의 상황 변화의 산물일 뿐이었다.

남북관계를 추진해나가려면 많은 반대를 무릅써야 한다. 우선 국내 수구세력들의 무조건적 반대를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와의 협조도 해야 한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것을 견디고 나가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지난 2년 동안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낮 뜨거운 욕설을 하는 것도 이유 없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남북협력을 고민하기보다는 남북관계를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선전도구로 이용하려고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들러리라고 느꼈고 문재인 정권이 실제로 현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남한과 거의 모든 관계를 단절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구상을 밝히자마자 해리스 한미대사는 남북관계 추진은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문재인 정권이 해리스 미국대사가 이야기한 협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의심스럽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두고 보면 현정권을 절대로 미국의 주장을 넘어설 수 없다. 넘어설 의지와 능력 모두 없다.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주권국가인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사사건건 승낙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보면 마치 일제강점기의 일본 총독 같다.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문재인 정권이다. 얼마나 정권이 우습게 보였으면 일개 미국대사가 대통령 신년사 그 다음날 저런 이야기를 하겠나?

해리스 대사가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은 현정권이 미국에 뭔가 크게 꼬투리를 잡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소미아 연장문제, 방위비 분담금 문제, 중동에 파병문제등 현정권은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거의 예외 없이 수용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이명박이나 박근혜 정권에서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언급은 국내 지지자들을 위한 국내 정치용 프로파간다에 불과할 뿐이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말은 북한의 조소만 살 뿐이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이렇게 뻔한 결말과 반응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그대로 이루어지리라는 성서적 계시를 기대하기 때문인가? 그것은 조물주의 영역이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변 여건과 상관없이 내 생각만을 내뱉는 자폐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능함인가, 교활함인가, 아니면 자포자기인가?

 

한설 예비역 준장. 순천대 초빙교수  webmaster@dasan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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